지리산국립공원 인근 지자체들이 지리산 일대 개발 사업을 경쟁적으로 추진하자 환경단체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전북환경운동연합은 ‘지리산지키기연석회의’ 등 30여개 전‧남북과 경남지역 환경‧시민단체들이 1일 세종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무분별한 지리산 개발 즉각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지리산은 멸종위기 야생생물이 40여 종이나 사는 우리나라 최고의 보호지역이며, 최대 육상 생태계”라고 전제하고 “하지만 지리산권 5개 시‧군은 이 지역에 3개의 케이블카와 산악열차, 골프장, 도로 개설 등을 계획하며 개발사업의 집합소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단체들은 “그럼에도 환경부는 지자체들의 환경파괴에 동조하고, 환경 훼손에 눈감고 있다”며 “소중한 자연문화유산인 지리산을 지켜내고 지역갈등을 줄이기 위해 환경부가 적극 나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지난 2월 환경부의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환경영향평가 협의 이후 전국 산악지역 개발 사업에 불이 붙은 상태다. 국립공원 1호인 지리산 주변에서도 각종 개발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전북 남원시와 국토교통부는 지리산 산악열차(친환경 산악용 운송시스템 시범사업) 사업을 진행중이다. 육모정∼정령치 13㎞ 구간에 전기열차 노선을 설치하기로 하고 지난 해 12월 남원시와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 협약을 체결했다.
이에 환경단체 등은 “매년 바위가 굴러 떨어지는 도로에 궤도를 설치해 안전하지 않고 경제성 평가도 신뢰할 수 없다”며 “기후위기시대 국제적 망신을 사고 수천억 원의 세금을 낭비하는 사업을 백지화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경남 함양군과 산청군, 전남 구례군은 각각 케이블카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산청군은 지난 4월 지리산 케이블카 추진을 공식화하고 전담 부서까지 만들었다. 함양군은 지난 달 케이블카 민간 유치위원회를 구성했다. 구례군은 케이블카 설치를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한 상태다. 구례군은 1990년부터 이번이 다섯 번째, 산청군은 2007년 이후 세 번째 도전이다.
더불어 구례군은 지난 3월 산동온천지구 150만㎡ 부지에 27홀 규모의 골프장을 조성하는 업체들과 업무협약을 했다. 김순호 군수가 “골프장 사업은 침체된 산동온천지구를 살리고 경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필수적인 사업”이라고 밝혔지만 환경단체와 주민들은 “자연 파괴와 지하수 오염 우려가 크고 개발업자만 배불리는 사업을 찬성하지 못한다”고 맞서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구례군이 골프장 예상 부지에 있는 소나무 1만600여그루 벌목을 허가해 논란이 일고 있다. 골프장 개발 허가 와 조성을 쉽게 하기 위한 사전 작업 아니냐는 의혹이다.
이와 함께 함양군은 하동으로 넘어가는 지리산 길 벽소령 지방도 1023호선 개설을 추진하고 있다. 하동군은 화재 예방을 이유로 임도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대표는 “매월 간담회를 통해 지리산 난개발에 공동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며 “환경부는 지리산에서 어떤 환경파괴가 자행되는지 똑똑히 보고 생태계의 보고이자 소중한 자연유산을 지켜 내기 위해 이제는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남원=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