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가 개성 넘치는 도시환경을 만들기 위해 추진 중인 혁신정책이 제자리걸음이다. 효율적인 건축·디자인 심의절차 도입에 나섰으나 용두사미에 그칠 우려가 커지고 있다.
1일 광주시에 따르면 지난 2월 건축물이 조화롭게 들어서도록 하는 ‘창의적 도시건축 디자인 혁신안’을 발표하고 후속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단조로운 판상형 아파트 대신 예술성과 공공성을 살린 건축물을 도심 곳곳에 선보인다는 대책으로 주목받았다.
‘우수 디자인 도입을 위한 사전 공공기획형 통합심의 기준’을 제정·운영하는 게 뼈대다. 그동안 도시계획, 건축, 교통영향평가 등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수시로 기준이 바뀌던 다단계 심의를 합쳐 신속하게 진행하고 디자인 개선을 의무화해 천편일률적 성냥갑 아파트를 퇴출한다는 것이다.
시는 이를 위해 5월 말까지 통합심의와 공동주택디자인 지원단을 각각 구성·가동하기로 했으나 요란한 발표와 달리 아직 감감무소식이다.
비슷한 외관의 아파트 병풍을 막기 위해 개별적으로 이뤄지던 아파트 심의절차를 한데 묶고 높이, 형태, 색상, 조명 등이 어울리는 건축경관과 함께 건축물 구조, 배치, 설비, 소방, 주차장에도 디자인적 요소가 최대한 반영되도록 했으나 첫걸음도 떼지 못하고 있다.
디자인 혁신을 통해 광주만의 역사, 문화, 지형 등을 반영한 ‘광주 공동체’ 특유의 건축 문화를 뿌리내린다는 시의 구상은 관련법에도 발목을 잡히고 있다. 인·허가 권한을 가진 600세대 이상 아파트 단지에만 제한적으로 통합심의·디자인 특화를 적용할 수 있다는 한계에 부딪힌 상황이다.
시는 도심 전체를 대상으로 심의 기준을 통합·강화하기로 했지만 대부분 아파트와 소규모 건축물은 5개 자치구가 여전히 승인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광주지역의 경우 600세대 미만 소규모 아파트 단지 신축이 월등히 많은 현실이다.
현재 시의 심의대상은 21층 이상 건축물, 총면적 10만㎡ 이상 또는 600세대 이상 아파트 등이다.
16층 이상 또는 총면적 5000㎡ 이상 건축물, 50세대 이상 도시형 생활주택 등은 5개 자치구와 광주경제자유구역청 건축위에서 심의를 맡고 있다.
시가 공공성과 수익성의 접점을 찾아 주춤하는 사이 광주에서는 6월 한 달 동안 기계적 심의를 거쳐 규격화된 아파트 2100여 가구가 추가 분양될 예정이다. 회색 도시 공간이 당분간 더 늘어나는 게 불가피하다.
시 관계자는 “통합심의 기본안을 토대로 자문위 등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단계“라며 “첨예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만큼 시행착오를 최소한으로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