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된 국가 최고 경보체계 때문에 1000만 서울시민이 큰 혼란을 겪었다. 공습경보 등 국가위기 때만 보내는 위급재난문자를 통해 서울시가 전역에 경계경보를 발령한 탓이다. 행정안전부가 이를 ‘오발령’이라고 정정하자 서울시는 국무조정실에 시비를 가려 달라고 요청했다.
서울시는 오전 6시41분 경고음과 함께 ‘6시32분 서울지역 경계경보 발령. 국민 여러분은 대피 준비를 하라’는 위급재난문자를 보냈다. 오전 7시3분 행정안전부가 ‘서울시 경계경보는 오발령’ 문자를 보내 정정했지만 서울시는 오전 7시25분 ‘경계경보 해제’ 문자를 다시 발송했다. 서울시민들은 44분간 서울시와 행안부가 번갈아 보낸 ‘경계경보’ ‘오발령’ ‘경계경보 해제’ 문자로 극심한 혼란을 겪어야 했다.
행안부에 따르면 경계경보는 공군사령관이 행안부 장관에 요청하거나, 지자체는 지역 군부대장으로부터 요청받았을 때 발령할 수 있다. 서울시는 이번에 수도방위사령부로부터 경계경보 발령을 요청받지 않았다. 공군사령관이 행안부에 경계경보 발령을 요청한 지역도 인천시 옹진군 일대뿐이다. 경계경보가 내려지지 않았어야 할 서울시에 경계경보가 내려졌으니 ‘오발령’은 맞는 셈이다.
행안부는 북한이 오전 6시29분쯤 서해 방향으로 우주발사체를 쏘자 인천 백령·대청면에 경계경보를 발령했다. 이어 “현재시간 백령·대청면 경계경보 발령. 미수신 지역은 자체적으로 경계경보 발령’ 지령방송을 내보냈다. 행안부 관계자는 “미수신 지역이란 옹진군 일대에서 사이렌 고장 등으로 경보를 못 받은 지역”이라며 “방송은 전국 17개 시·도에 공통으로 보냈는데 서울시만 오발령을 냈다”고 말했다. 경계경보는 중앙민방위경보통제센터에서 지자체를 거치지 않고 바로 사이렌을 울린다. 동시에 해당 지자체에 통지하는 만큼 관련 없는 서울시가 고민할 이유가 없었다는 의미다. 행안부는 서울시가 위급재난문자를 보낸 직후인 오전 6시41분, 49분 각각 오발령임을 서울시에 알렸지만 조치가 되지 않자 직접 오발령을 알리는 위급재난문자를 보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행안부 지령이 모호했다고 맞서고 있다. 시 관계자는 “행안부에 경계경보 지역 해당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전화했으나 받지 않았다”며 “가뜩이나 안전 문제에 예민한 상태에서, 훈련이 아닌 실제 상황인 만큼 서울이 미수신 지역에 포함될 수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이어 “안전 재난 관련 상황은 선조치 후보고로 이뤄진다”며 “북한 발사체가 동해상이 아닌 남쪽으로 발사돼 어떤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고 판단해 경계경보를 발령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1996년 북한 미그기 귀순 당시 경계경보를 제대로 울리지 않아 서울시 경보통제소장 등 4명이 구속된 것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시는 경계경보 직후인 6시53분 오세훈 서울시장이 출근한 뒤 6시57분부터 대책회의를 진행했다. 오 시장은 “많은 분께 혼란을 드려 죄송하다”며 “이번 문자는 현장 실무자의 과잉 대응일 수 있으나 오발령은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무총리실에 부시장단을 보내 경위를 설명했다. 총리실 판단에 따르겠다”며 “오발령, 과잉대응, 적극 행정 가능성을 모두 염두에 두고 객관적으로 파악한 뒤 (문책) 논의를 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위급재난문자가 왜 발령됐는지, 대피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담지 않은 것도 문제다. 경계경보 발령이 사실이더라도 9분이나 지나서 알린 것도 늑장대응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일본의 긴급경보 메시지는 한국보다 신속했고 내용도 구체적이었다. 오키나와현에서는 오전 6시30분쯤 전국순시경보시스템(J-ALERT)을 통해 대피명령이 내려졌다. 서울시 문자보다 11분 빨랐다. 내용도 ‘미사일 발사. 북한 미사일이 발사된 것으로 보입니다. 건물 안 또는 지하로 대피해 주십시오’였다.
강준구 송태화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