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독점 중계권 대가로 억대 뒷돈…檢, KBO 임원 기소

입력 2023-05-31 17:15
서울중앙지검 모습. 뉴시스

프로야구 독점 중계권을 유지해주는 대가로 억대의 뒷돈을 받은 한국야구위원회(KBO) 임원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김수민)는 31일 KBO의 프로야구 중계권 판매 등을 전담하는 자회사 KBOP 임원이자 KBO 임원인 이모(56)씨를 배임수재 및 범죄수익은닉규제법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씨에게 금품을 건넨 중계권 판매 대행업체 에이클라 대표 홍모(55)씨는 특경법 위반(횡령)·업무상횡령·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겼다.

이씨는 홍씨로부터 에이클라의 프로야구 독점중계권을 유지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2억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KBOP가 2013년 에이클라의 독점 IPTV 중계권을 케이블 3사에도 부여하기로 결정하자 수익이 줄어들 것을 우려한 홍씨는 이씨에게 41회에 걸쳐 1억9500여만원을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아마추어 야구 기자인 이씨의 배우자가 에이클라의 기사 작성 등 용역을 받은 것처럼 꾸며 돈을 주고받는 식이었다.

홍씨는 이씨에게 가짜 용역비를 지급하기 위해 자신이 운영하는 별도 업체 자금을 횡령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아무런 업무를 수행하지 않은 전 KBO 임원에게 고문료 명목으로 3억1000만원을 지급하고, 자신의 아파트 분양대금 등으로 7억8000여만원을 사용하기도 했다.

에이클라는 실제로 중계권 관련 특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2013년 제10구단 창설로 프로야구 경기 수가 하루 5경기로 늘어나자 KBOP는 추가된 1개 경기의 IPTV 중계권을 에이클라에 부여했다. 또 2016년 IPTV 중계권 재계약을 할 때는 중계권을 공동 보유했던 업체를 배제하고 에이클라에만 2개 경기 중계권을 준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경찰은 이씨 배우자가 에이클라의 용역을 실제 수행했다고 보고 이씨의 배임수재 혐의 사건은 불송치했다. 하지만 검찰은 송치를 요구한 뒤 보완수사를 거쳐 이씨가 정상적인 계약을 가장해 부정한 돈을 받았다고 결론 내렸다.

검찰은 “과거 KBOP의 폐쇄적인 의사결정 구조로 인해 프로야구 중계권 계약 과정에서 특정 업체가 프로야구 중계권을 독점하게 되었음을 확인했다”며 “피고인들에게 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되도록 공소 유지를 위해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