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던 프로야구에…WBC 대표팀 술판 의혹, KBO “조사 중”

입력 2023-05-31 14:04
지난 3월 5일 일본 오사카 마이시마 버팔로스 스타디움에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하는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몸을 풀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기간 야구 국가대표팀 일부 선수들이 유흥주점을 찾았다는 의혹과 관련해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진상 조사에 나섰다. 당시 기대 이하의 성적으로 조기 탈락 고배를 마셨던 만큼 해당 주장이 사실로 밝혀질 시 파문이 일 전망이다.

KBO는 31일 허구연 총재 등이 참석한 회의를 열고 WBC 대표팀 선수 3명에게 음주 의혹 관련 경위서를 제출받기로 결정했다. KBO 관계자는 “전날 경기 종료 직후 개별 조사를 시작했다”며 “(조사 결과) 국가대표 운영 규정에 어긋난다면 상벌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음주 사실 자체를 징계 대상으로 보긴 어렵다. 다만 구체적으로 언제 얼마나 술을 마셨는지, 어떤 주점에서 술을 마셨는지에 따라 사안이 달라질 수 있다. 국가대표 운영 규정 13조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자’에 대해 징계위원회를 개최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의혹은 전날 한 유튜브 채널에 의해 불거졌다. 일부 대표팀 주축 선수들이 WBC 대회 기간이던 지난 3월 8~10일 사흘 동안 선수단 숙소 인근의 룸살롱을 찾아 술판을 벌였다는 골자였다. 해당 채널은 호주전 전날이던 8일 밤 시작된 술자리가 이튿날 오전 6시에야 마무리됐다고도 주장했다.

당시 대표팀은 훈련지인 미국에서 한국을 경유해 일본까지 비행한 뒤 장거리 이동에 따른 피로를 호소하던 차였다. 더구나 미국에선 변덕스러운 날씨 탓에 예정됐던 스케줄을 100% 정상적으로 소화하지도 못했다. 충분한 휴식과 컨디션 조절이 중요한 상황이었다.

3월 9일 정오 열린 호주전에서 대표팀은 7대 8로 패했다. 한 수 아래 전력으로 여겼던 상대에게 지면서 8강 진출에 적신호가 켜졌고, 10일 열린 일본전까지 대패하며 사실상 조기 탈락이 확정됐다. 12일 체코전과 13일 중국전을 잡았지만 결과를 뒤집을 순 없었다. 최종적으로 일본과 호주에 이은 조 3위에 그치며 상위 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다.

당사자들의 얘기를 들은 KBO는 술자리를 가진 날짜 등이 최초에 제기된 의혹과 다른 것으로 보고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KBO 관계자는 “호주전엔 ‘전원 5분 대기’ 상황이지 않았느냐. 앞뒤가 안 맞는 부분이 있다”며 “일단 경위서를 받고 그와 별도로 자체적인 사실관계 확인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확한 일자를 떠나 이번 대회 기간에 술자리를 가진 것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참석 당사자들은 비판으로부터 자유롭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기대를 밑도는 성적에 여론이 곱지 않은 상황에서 부주의한 행보를 보인 건 매한가지기 때문이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