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땐 ‘쉬세션’… 엔데믹 땐 ‘쉬커버리’

입력 2023-05-31 13:50

코로나19 확산기에 남성보다 가파르게 감소했던 여성 고용률이 ‘엔데믹’을 거치면서 남성보다 빠르게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4월 기준 남성 고용률은 2020년 1월 대비 0.3% 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쳤다. 반면 같은 기간 여성 고용률은 1.8% 포인트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31일 한국은행의 ‘여성 고용 회복세 평가: From she-cession to she-covery’(BOK 이슈노트) 보고서에 따르면 남성 고용이 더 큰 충격을 받는 일반적인 경기침체기와 달리 코로나19 확산 때인 2020~2021년에는 여성고용이 더 크게 악화하는 이른바 ‘쉬세션(she+recession·여성과 침체의 합성어)’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쉬세션 발생 이유는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 이후 대면 서비스업 등 여성 비중이 높은 산업을 중심으로 취업자 수가 크게 감소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또 방역 대책으로 인해 학교와 어린이집이 문을 닫으면서 육아 부담이 큰 기혼 여성의 노동 공급이 줄어든 것도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팬데믹에서 점차 벗어나던 2022년부터 노동시장이 회복하는 과정에서는 여성 중심으로 고용이 증가하는 ‘쉬커버리(she+recovery·여성과 회복의 합성어)’ 현상이 두드러졌다. 여성 고용률 상승은 20~30대가 주도했다. 올해 4월 20대와 30대 여성 고용률은 2020년 1월 대비 각각 4.1% 포인트, 4.4% 포인트 상승했다. 학력별로 보면 고학력자를 중심으로 여성 고용이 늘어난 반면 남성의 경우 오히려 고학력 고용률이 떨어졌다. 보고서는 “젊은 층 위주의 고용 회복은 여성 고용에서만 관찰된 특징”이라며 “남성의 경우 고령층을 중심으로 고용률이 상승한 반면 20~30대 고용률은 오히려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자료: 한국은행>

20~30대 고학력 여성의 고용률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는 현상은 팬데믹 이후 디지털 전환 등 산업별 노동수요 변화의 영향인 것으로 분석됐다. 정보·통신, 과학·기술 등 비대면 서비스업, 보건복지 등에서 취업자 수가 크게 늘어나면서 여성 고용률이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재택근무 등 유연근무제 확산으로 기혼 여성이 일과 가사·양육 간 균형을 도모할 수 있는 환경이 개선됐으며 남성도 보다 손쉽게 육아 분담에 참여하게 되면서 ‘부부 맞돌봄 문화’도 확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으로도 비혼이나 늦은 결혼의 증가, 출산율 하락, 여성의 교육수준 상승 등 영향으로 여성 중심의 취업자 수 증가는 상당 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다만 여성 경제활동 참여율이 결혼·임신·육아기인 30대에 하락한 뒤 40대에 다시 상승하는 ‘M자 커브’ 현상은 여전히 개선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