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와 서방 동맹이 전쟁 종식을 위한 국제평화 정상회담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방 동맹은 러시아를 배제하고 대신 중국, 인도, 브라질, 사우디아라비아 등 러시아 편에 섰거나, 중립 입장을 밝힌 국가 참여를 높이기 위해 물밑 외교전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를 압박하고 우크라이나가 제시한 종전 조건에 대한 국제 사회 지지를 높이기 위한 전략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안드리 예르막 우크라이나 대통령 비서실장이 자사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평화롭게 지내고 싶어하는 책임감 있는 문명 세계의 통일된 계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예르막 실장은 “우크라이나는 영토보전을 위해 타협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러시아와의 직접 협상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대신 중국, 브라질 등 러시아를 제외한 모든 국가와 대화하고, 그들의 의견을 들을 준비가 돼 있다고 설명했다. 예르막 실장은 “이 과정은 남방 국가 지도자들을 포함한 전 세계가 함께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평화정상회담 계획은 아직 예비단계지만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유럽 지도자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고 WSJ은 설명했다. 서방 외교관들은 이미 프랑스, 덴마크, 스웨덴 등이 자국에서 회담을 개최할 것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WSJ은 “이 회의에 대한 아이디어가 지난 2월 프랑스에서 열린 마크롱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 간 대화에서 나왔다”고 외교관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최근 중국을 방문했을 때 시진핑 주석에게 이 문제를 제기했다. 최근 일본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 회의에서도 이 문제가 언급됐다고 한다.
우크라이나와 서방동맹은 오는 7월 리투아니아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전 국제평화 정상회담을 여는 것을 목표로 외교전을 펼치고 있다. 회담에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나토 정상들이 초청될 예정이다. 특히 유럽 관리들은 최근 몇 주 동안 주요국들을 다니며 중국, 브라질, 인도 및 기타 비서방 국가들을 회담에 참여시키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WSJ은 설명했다.
한 유럽 고위 외교관은 “러시아는 없지만 다른 모든 사람은 환영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논의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참석하기를 희망하지만, 시진핑 주석의 참석 여부는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도 최근 중국, 브라질, 인도 등 러시아에 대한 비판을 자제해 왔던 국가들의 협력을 끌어내기 위해 노력해 왔다. WSJ은 “이번 회담은 러시아의 오랜 동맹국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지속적인 외교적 노력을 바탕으로 이뤄질 것”이라며 젤렌스키 대통령의 아랍연맹 정상회의 참석, 드미트로 쿨레바 외무장관의 아프리카 국가 순방 등을 소개했다.
유럽 관리들은 우크라이나와 협력해 중국과 인도, 브라질, 사우디아라비아 등 다른 국가들이 수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우크라이나가 제시한 10개 평화 공식을 재작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러시아 철군, 우크라이나 영토 회복, 전쟁 범죄 기소 등 항목을 포함한 10개 평화 공식을 제시했다.
WSJ은 “이번 회담은 미국과 유럽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력 지원을 계속하지만, 외교적 해결책도 모색하고 있다는 신호를 전 세계에 보낼 수 있을 것”이라며 “유럽은 향후 (러시아와의) 회담에서 우크라이나의 계획을 외교적 기준점으로 삼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