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스자산운용이 일감 몰아주기 의혹으로 국내 1위 부동산자산운용사라는 명성에 타격을 받게 됐다. 이지스운용의 핵심 고객인 연기금과 공제회에서 먼저 선을 긋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현재 금융당국의 조사가 진행 중인 단계이지만, 실제 징계로 이어지면 발생할 리스크가 작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31일 연기금과 공제회에 따르면 이지스운용에 자금을 맡기는 것을 보수적으로 보는 시각이 퍼지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연기금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기관에 따라서 조금씩 규정이 다르지만, 당국 제재를 받은 금융사와는 신규 거래를 할 수 없다”며 “현 상황에서 굳이 이지스운용과 새로운 것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이달 이지스운용에 대한 수시검사를 진행했다. 조갑주 이지스운용 신사업추진단장 일가가 지분 90.47%를 보유한 GF인베스트먼트(GFI)가 이지스운용이 시행하는 개발사업에 공통 투자하면서 성장해왔고, GFI가 지분 45%를 보유해 2대 주주로 올랐던 부동산 시행사 아이알디브이(IRDV)도 비슷한 전략으로 수익을 냈다는 의혹 등을 검사하기 위해서다.
금감원은 이지스운용에 대해 이해 상충과 자본시장법 위반 여부, 일감 몰아주기 의혹 등을 확인하고 있다. 금감원은 조 단장이 이지스운용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만큼 회사 지분 매입 자금을 부당하게 마련했는지 따져볼 예정이다.
이에 이지스운용측은 “GFI가 IRDV로부터 받은 이익이 없다. IRDV 지분도 1분기 모두 정리했다”고 해명했다.
다만 의혹이 완전히 해소되기 전까지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기관 투자자의 설명이다. 한 공제회 관계자는 “공제회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투자에 반영하라고 요구받는 데다, 국정감사를 받는 기관”이라며 “투자심사위원회때 ‘왜 (의혹이 제기된) 이지스냐’라고 질문을 받을 텐데 답을 하는것 자체가 큰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