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용 반도체는 기억과 저장, 자율적 학습 능력을 갖춘 AI의 혈관과도 같은 부품으로, 현재까지 반도체기업 엔비디아가 독점 생산하고 있다.
연산능력만 갖춘 기존 컴퓨터용 반도체와 달리 AI반도체는 사진과 영상 등도 저장해 기억토록 하기 위해 그래픽 구현 칩 기능도 탑재한다. 데스크탑이나 노트북 컴퓨터 등이 각각 하나의 중앙연산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즉 소수의 반도체만 필요하다면, AI 컴퓨터는 슈퍼컴퓨터처럼 수십만개의 AI용 CPU와 GPU를 내장해야 한다. 그래야 인간 수준의 지능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반도체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으면, 해당 AI의 언어 학습, 인지 기능, 자율 학습 등의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 초기 단계의 챗GPT에는 1만여개의 그래픽용 반도체가 소모된 것으로 알려졌을 정도다.
이 뿐아니라 개발과정에서 수많은 시행착오가 일어나는 만큼, 정밀 반도체는 훨씬 더 많이 소모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미 AI용 반도체는 이미 수요가 공급을 한참 넘어버린 상태다. 챗GPT의 성공 이후 대형 테크기업들이 너나 없이 AI 개발에 뛰어들고 있어서다.
AI 모델 개발 스타트업 창업자인 샤론 주씨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제대로 된 AI 개발을 위해선 특화된 정밀 반도체가 필수적인데, 구할려고 해도 구해지지 않을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고 말했다.
AI반도체가 제때 공급되지 않으면서, 챗GPT 탑재를 결정하고 전 세계 사용자들에게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제공키로 했던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아마존 등은 관련 서비스 개시 시기를 미룰 수 밖에 없게 됐다.
새로운 AI 개발에 나선 일론 머스크는 지난 23일 WSJ의 기업최고경영자회의에 참석해 “AI용 그래픽프로세서(GPU)는 아마 길거리에서 마약을 구하는 것보다 더 어려울 지경”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엔비디아는 최근 생산량을 더 늘리고 새로운 AI용 반도체인 H100 생산에 나서고 있지만, 공급부족 사태는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는 신문과의 접촉에서 “AI 칩을 구매하겠다는 요청이 매일 세계 구석구석에서 쇄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WSJ는 “지금처럼 구글과 MS, 머스크와 오라클, 아마존 등 빅테크들이 별도의 AI를 개발해 별도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계속 밀어붙일 경우 AI용 정밀 반도체 공급부족 현상은 당분간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들 빅테크는 한결같이 얼마나 충분히 AI용 CPU와 GPU를 확보했는지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면서 “첨단 반도체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시장에 공개되는 순간 해당기업의 AI는 경쟁력을 잃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