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평화 협상을 중재하기 위해 유럽 순방에 나선 리후이 중국 유라시아 담당 특별대표가 러시아 방문을 끝으로 관련 일정을 마무리했다. 중국 측은 이번 순방이 우크라이나 위기를 해결하는 첫 번째 실질적인 노력이라고 강조했지만 유럽 국가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28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리 특별대표는 지난 26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등과 회담을 갖고 중·러 관계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정치적 해결 방안 등을 논의했다. 리 특별대표는 “우크라이나 문제에 있어 중국은 적극적으로 평화를 권하고 협상을 촉진하고 있다”며 “중국은 러시아를 포함한 각국과 교류를 강화해 우크라이나 사태의 정치적 해결을 위한 실질적인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측은 중국의 노력을 높이 평가하면서 중국 측과 소통과 조율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 측 발표에 따르면 라브로프 장관은 평화 협상 재개에 심각한 장애물이 있다며 우크라이나와 서방을 비난했다.
2009년부터 10년간 러시아 주재 대사를 지낸 리 특별대표는 지난 15일부터 중국 정부 특사 자격으로 우크라이나 폴란드 프랑스 벨기에 독일 러시아를 방문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이번 순방의 주요 목적은 정보를 수집하고 교환하며 관련 당사자들의 우려를 이해해 향후 협력의 폭을 넓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달 들어 친강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프랑스 독일 노르웨이를 잇따라 방문하고,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이 영국 총리의 국가안보고문과 통화하는 등 대유럽 접촉이 잦았던 것도 우크라이나 평화 중재안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중국의 중재가 실제 성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일단 우크라이나 측은 리 특별대표와의 만남에서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침공 이후 점령당한 영토를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러시아 편인 중국이 제대로 된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는 유럽 내 의구심도 여전하다. 중국은 서방의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산 원유를 사들이고 군사 장비로 전용될 가능성이 있는 물품을 수출하는 등 제재의 구멍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리 특사는 유럽 국가들을 방문해 전쟁이 더 확산하기 전에 빨리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되면 러시아가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영토는 러시아 소유로 남게 된다. 이에 유럽 외교관들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철수하지 않으면 평화는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또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도록 계속 압박할 것, 러시아에 군사 지원을 제공하지 않을 것,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난할 것 등 3가지를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