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현지시각) 오전 1시가 다 된 시각, 프랑스 남부 칸 팔레 데 페스티벌의 뤼미에르 대극장에 “김지운! 짝짝짝!” 이름 석 자와 박자 맞춘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
영화 ‘거미집’ 상영을 마친 뒤 관객 2000여 명이 기립해 환호하며 감독 김지운의 이름을 연호한 것이다.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진출한 김지운 감독의 영화 ‘거미집’ 공식 상영은 25일 오후 10시 30분 시작했다. 2시간 남짓 영화가 끝난 뒤 2000석 규모의 대극장은 박수 소리로 가득 찼다.
영화가 끝나고 시작된 박수는 제작진 소개 자막이 올라가며 잠시 잦아지는가 싶더니, 장내가 밝아진 후 관객들이 일제히 일어나 다시 한번 큰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영화에 김지운 감독과 주연 배우 송강호 등의 얼굴이 떠오르자 박수 소리는 극장 안이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커졌다. 2천 관객들의 기립박수는 김 감독이 칸영화제 집행위원장인 티에리 프레모 감독에게서 마이크를 건네받기 전까지 10분가량 계속됐다.
이날 관객들은 김 감독과 배우진이 극장을 나설 때까지 다시 한번 힘찬 박수를 보냈다. 먼저 자리를 뜬 관객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김 감독은 “영화를 즐겁게 봐주셔서 감사드린다. 칸에 올 때마다 영화를 정말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간다”며 “송강호 씨 등 모든 배우, 스태프에게 제가 지금 느끼는 감정을 나눠주고 싶다”고 말하며 울먹였다.
김 감독이 이번에 영화 ‘거미집’으로 칸영화제에 초청받은 것은 2008년’'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이후 15년 만이다.
거미집은 황금종려상 수상작 ‘기생충’(2019)으로 존재감을 각인시키고 지난해 ‘브로커’로 남우주연상까지 가져간 송강호의 차기작이라는 점에서도 큰 관심을 받았다.
이날 시사회 전 레드카펫 행사에서도 그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쏠렸다. 배우 임수정, 오정세, 전여빈, 정수정, 장영남, 박정수도 함께 뜨거운 환호를 받았다.
극 중 송강호는 걸출한 데뷔작을 내놓은 다음부터는 평단으로부터 싸구려 치정물만 만든다고 혹평받는 1970년대 영화감독 김기열을 연기했다. 그가 열연한 주인공 김기열은 이름은 물론 안경을 낀 채 파이프를 물고 있는 모습까지 고(故) 김기영 감독을 떠올리게 한다.
이 영화는 김지운 감독이 한국 영화를 개척한 선배 감독들, 나아가 모든 영화인에게 바치는 일종의 헌사다. 영화 한 편이 만들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이들의 피와 땀, 눈물이 들어가는지를 ‘거미집’을 통해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혜원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