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채용 관련 직권남용 혐의로 압수수색을 받은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이 저를 정치 현실로 나가게끔 박차를 가해주고 있다”며 사실상 총선 출마를 선언했다.
이에 박 전 원장과 앙숙인 손혜원 전 의원은 “압수수색과 정치가 무슨 관계냐”며 박 전 원장의 출마를 비판했다.
손 전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별 추접스러운 핑계를 다 보겠다. 꼭 목포에 출마하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인 생활 16년 동안 검찰로부터 잘 대우받고 안전하게 사셨나 보다”라면서 “그래서 법사위를 선호하셨나”라고 반문했다.
앞서 박 전 원장은 전날 재임 시기 국정원 산하기관에 측근 2명을 부정하게 채용한 혐의로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박 전 원장은 이날 오마이TV ‘성경환이 묻고 박지원이 답하다’에 출연해 “윤석열 대통령이 저를 정치 현실로 나가게끔 박차를 가해준다”며 “그동안 내가 현실 정치로 나간다, 어디 출마한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는데 어제부로 확실하게 (됐다). 윤 정부가 나를 그렇게 내보내 준다”고 말했다.
박 전 원장은 “1년간 제가 (국정원을) 떠나온 다음 기념해서 국정원에서 경찰에 수사 의뢰를 한 것 같다. 제 보좌관 두 사람을 국정원 산하기관인 연구소에 연구위원으로 취업을 시켰는데 그것이 잘못됐다(는 것)”이라며 “경찰에서 네 분이나 왔던데, 경찰이 예의를 갖추는 게 제 손자가 아직 학교에 안 가고 있으니까 손자 학교 갈 때까지 기다려주고 저한테 설명하더라”고 전했다.
박 전 원장은 자신을 둘러싼 전남 목포, 해남·완도·진도, 서울 영등포 출마설 등과 관련해서는 “영등포는 아니다. 하나 분명한 건 정치 현실로 간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두 사람은 과거 손 의원의 목포 구도심 투자 논란 당시에도 날 선 공방을 주고받은 바 있다. 당시 박 전 원장은 목포를 지역구로 둔 민주평화당 소속 의원이었다. 그는 2019년 1월 19일 페이스북을 통해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저수지 물을 다 흐린다”며 손 의원이 검찰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손 의원은 다음 날 기자회견에서 더불어민주당 탈당을 발표하면서 “배신의 아이콘이자 노회한 정치인을 물리치는 방법이 있다면, 제가 생각하는 도시재생의 뜻이 있는 후보의 유세차에 함께 타겠다”고 받아쳤다. 자신을 비판한 박 전 원장의 낙선 운동도 불사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