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강장 흡연, 소화기 난사…지하철 만취 승객 사고 급증

입력 2023-05-26 11:15
지난달 8일 오전 12시50분쯤 2호선 신도림역 승강장에서 20대 만취 남성이 전자담배를 피우는 모습. 이 남성은 직원이 흡연을 저지하자 멱살을 잡고 목을 조르며 폭행하다 경찰에 연행됐다. 서울교통공사 제공

코로나19 이후 일상회복이 본격화하면서 지하철 음주 사고도 급증하고 있다. 에스컬레이터나 계단 등에서 다른 사람까지 다치게 하는 것은 물론 전자담배 흡연, 소화기 난사 등 기행도 잇따르고 있다.

서울교통공사는 25일 서울지하철 종로3가역에서 대한노인회, 한국승강기안전공단과 합동으로 음주 후 지하철 사고 위험성을 알리는 캠페인을 진행한다. 공사가 행동에 나선 것은 지하철 음주 사고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공사 고객센터에 따르면 역사·열차 내 취객 민원 접수 건수는 올 1분기 2469건으로 전년 동기(1997건) 대비 23.6% 증가했다. 봄맞이 외출이 늘어나면서 1월 775건에서 3월 905건으로 민원 수도 늘어났다.

많은 주취 사고가 에스컬레이터와 계단에서 발생했다. 지난 14일 오후 7시쯤 7호선 대림역 에스컬레이터에서는 50대 남성 취객이 뒤로 넘어지면서 뒤따르던 여성 3명이 함께 넘어졌다. 여성들은 직원과 119의 도움으로 병원에 후송됐지만 남성은 병원 호송을 거부하다 파출소로 연행됐다. 공사 관계자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에스컬레이터 손잡이를 제대로 잡지 않고 이동하다 중심을 잃어 넘어지는 사고가 잦다”며 “에스컬레이터와 계단에서 넘어지면 타인까지 위험에 처할 수 있으므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취객이 벌이는 기행도 적지 않다. 지난해 12월 14일 오후 8시쯤 2호선 신촌역에서는 50대 남성 취객이 “의자에 걸려 넘어졌다”며 비상호출장치로 언성을 높였다. 이어 고객안전실 앞 소화기를 들고 역사에 분사했다. 지난해 8월 9일 오전 1시쯤 2호선 강변역에서는 중년 여성 취객이 고객안전실로 들어와 우산으로 바닥을 내려치며 행패를 부리다 경찰에 연행됐다. 이밖에도 역사에 용변을 보거나 쓰러져 몸을 가누지 못하는 사고도 적지 않았다고 공사는 전했다.

지난달 8일 오전 12시50분쯤 2호선 신도림역 승강장에서 전자담배를 피우다 저지당한 20대 만취 남성이 역 직원을 폭행하는 모습. 서울교통공사 제공

역 직원과 지하철 보안관이 취객에게 폭행과 폭언을 당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8일 오전 12시50분쯤 2호선 신도림역 승강장에서 20대 만취 남성이 전자담배를 피우다 이를 저지하는 직원의 멱살을 잡고 목을 졸라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되기도 했다. 이처럼 직원 등을 대상으로 한 주취폭력 건수는 2020년 54건에서 2021년 73건, 2022년 109건, 올해는 1분기까지 벌써 36건을 기록했다. 전체 폭언·폭행 중 주취자가 원인이 된 경우가 올해 65.5%(4월 말 기준)로 2020년 31.2%에 비해 배 이상 늘어났다. 김석호 공사 영업본부장은 “지하철은 모두가 이용하는 공공시설”이라며 “만취 승객 한 명의 부주의한 행동이 자칫 다수 이용객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만큼 주의를 기울여달라”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