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약사와 의사 갈등 조짐…전문약사 추진에 의협 반발

입력 2023-05-25 17:36 수정 2023-05-25 17:37
국민일보 DB


간호법 제정을 두고 의사와 간호사단체가 대립하는 상황에서 이번엔 ‘전문약사’ 도입을 두고 의사와 약사단체의 신경전이 불붙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역 약국 약사들도 전문약사 자격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는 입법을 재추진하자 대한의사협회가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대한약사회는 의사협회가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고 있다고 맞섰다.

의사협회는 25일 ‘전문약사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칙안 재입법예고 관련 항의 기자회견’을 예고했다가 취소했다. 지난 24일 진행된 의료현안협의체에서 복지부가 “전문약사에 대한 의사협회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하자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이다.

복지부가 제시한 규칙안에 따르면 약사가 정부 인정기관에서 총 3년 이상 실무경력을 쌓고 전문과목 수련 교육을 받으면 전문약사시험을 볼 수 있다. 내분비, 노인, 소아, 심혈관, 감염, 정맥영양, 장기이식, 종양, 중환자, 통합약물관리 등 10개의 전문과목으로 전문약사를 표시할 수 있다.

의사협회 측은 전문약사 수련 교육기관 및 실무 경력 인정기관에 약국이 추가된 것은 전문성을 낮춘다고 주장한다. 의사협회는 “복지부가 수련기관에 ‘일반약국’을 추가하면서 동네약국을 3년 경영하고 나면 전문약사를 달 수 있게 했다”며 “교육과정과 경력이 부족한 동네약사가 전문약사 자격을 얻어 정보를 제공하는 건 환자를 속이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동네약국을 전문약사 수련기관으로 인정하는 것은 전문면허를 허술하게 발급하는 꼴”이라며 “약국에서 근무연수만 채우면 되고 논문작성도 없이 전문자격을 주는 규칙안에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한약사회는 “동네 약국이라고 해서 전문성이 없고 기반이 돼 있지 않다고 치부하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복지부는 “보건의료 서비스 경쟁 저하 우려가 있어 지역 약국에도 전문약사 자격을 열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돼서 재입법예고를 통해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료계의 입장에도 공감하고 우려를 해소해나가기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복지부가 재입법예고까지 한 뒤에도 명확한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의약계 힘겨루기 가운데서 갈팡질팡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차민주 기자 la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