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 게임 입스 극복’이재경 “이번엔 우승이다”

입력 2023-05-25 17:27
25일 경기도 이천 블래스톤GC 이천에서 열린 KPGA코리안투어 KB금융 리브챔피언십에서 오전조로 출발해 클럽하우스 공동 선두에 자리한 이재경이 8번홀에서 티샷을 날린 뒤 볼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KPGA제공

이재경(24·CJ대한통운)은 2019년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신인왕을 차지한데 이어 2021년에는 투어 최고 상금액이 걸린 제네시스 챔피언십에서 통산 2승째를 거둬 한국 남자 골프의 차세대 기대주로 떠올랐다.

그랬던 그가 작년에는 제네시스 포인트 76위로 부진했다. 제네시스 챔피언십 우승 보너스로 받은 2년간 시드가 없었더라면 시드전을 다녀와야 했다.

부진은 올 시즌 초반만 해도 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개막전부터 내리 3경기에서 컷 탈락한 것. 그러나 시즌 4번째 대회부터 이재경은 강자다운 면모를 보이기 시작했다.

GS칼텍스 매경오픈 공동 4위를 시작으로 우리금융 챔피언십과 SK텔레콤 오픈서 공동 7위에 입상하는 등 최근 세 차례 경기에서 모두 ‘톱10’에 들었다. 고무적인 것은 한 차례도 컷을 통과하지 못했던 매경오픈과 SK텔레콤서 ‘톱10’에 입상한 것.

시즌 초반에 비하면 정반대의 가파른 상승세다. 그 기세는 25일 경기도 이천 블랙스톤 이천(파72)에서 열린 KB금융 리브챔피언십(총상금 7억원)에서도 이어졌다.

오전조로 출발한 이재경은 이날 보기는 1개로 줄이고 버디 5개를 잡아 4언더파 68타를 쳐 클럽하우스 공동 선두에 자리했다. 그는 작년 이 대회에 불참했다. 코스가 자신의 구질과 맞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실제로 그는 이 대회에서 단 한 차례도 컷을 통과한 적이 없을 정도로 악연이었다. 베스트 스코어가 5오버파였으니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할까. 비록 첫 날이지만 이날 기록한 4언더파는 자신의 블랙스톤 이천의 베스트 스코어를 9타나 경신한 호기록이다.

그는 이어 “그동안 쇼트 게임에 자신이 없었다. 100돌이 아마추어 골퍼 수준이었다”면서 “한 마디로 쇼트 게임 입스였다. 그래서 레귤러온이 안되면 큰 일났다는 생각부터 하게 됐다. 그러니 성적이 좋을 수 없었다”고 부진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이날 위기의 상황에서도 빼어난 쇼트 게임 능력으로 버디를 잡거나 파세이브에 성공했다. 작년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지난 겨울 미국 전지훈련에서 스윙코치인 박창준프로와 쇼트게임 연습에 매달린 효과를 보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웨지 그립을 야구 선수가 배트를 잡는 방식의 베이스볼 그린으로 바꾸면서 왼손 통제가 수월해졌다. 그러면서 쇼트게임 실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고 했다.

생활 패턴과 프리샷 루틴을 바꾼 효과도 봤다. 그는 작년까지만 해도 대회 당일에 골프장에 일찍 나오는 날이 거의 없었다. 티오프 20분전 쯤에 연습 그린에 도착, 볼 몇 개만 굴려 보고 티샷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우선 기상 시간을 6시로 당겼다. 늦어도 8시까지는 골프장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쇼트 게임 연습부터 한다.

그런 다음 퍼팅-샷 순으로 연습을 한다. 작년 같으면 라운드를 마치고 나면 그냥 숙소로 돌아가기 일쑤였지만 지금은 라운드전과 같은 루틴으로 연습을 한다.

이재경은 “바라는 수준이 100점이라면 연습 때는 90점 정도 나온다. 실전에서는 아직 70점쯤”이라며 “쉽지는 않겠지만 100점이 되면 우승 기회가 더 많이 생기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하게 된다”고 했다.

골프 외 다른 쓸데없는 짓거리를 거의 줄였다는 이재경은 “3주 연속 톱10 했다고 자만하지 않으려 한다”면서 “남은 사흘간 욕심내지 않고 한 홀, 한 홀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천=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