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러시아 침공에 맞서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위해 포탄 수십만 발을 이송 중이라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은 한국이 비밀협의를 통해 미국에 포탄을 이송 중이며, 미국은 이를 우크라이나에 차례로 보낼 준비가 돼 있다고 전했다.
WSJ은 포탄 지원 결정은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 지원을 꺼렸던 한국 정부 입장의 ‘반전(turnabout)’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가 기존 입장을 철회하고,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선회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대통령실은 포탄 이송과 관련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NCND(Neither Confirm Nor Deny)’ 스탠스를 취했다.
WSJ은 백악관과 한국 정부 모두 이에 대한 대답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 지원을 결정할 경우 러시아의 강한 반발은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번 WSJ 기사의 핵심은 한국이 미국을 경유해 우크라이나에 포탄을 지원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WSJ은 “미국 국방부가 어떤 방식으로 포탄 이송이 진행되는지, 이송이 언제 완료되는지 여부에 대해선 언급을 거절했다”면서도 “미 국방부가 한국 정부와 포탄 구매 협의를 진행했다는 사실은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WSJ은 한국이 보내는 포탄이 어디에서 생산되는지 등은 전하지 않았다.
WSJ은 “한국의 포탄 공급 때문에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위해 ‘집속탄(Cluster Munitions)’을 지원하는, 어려운 결정을 미룰 수 있게 됐다”고 보도했다.
하나의 폭탄 속에 여러 개의 소형폭탄이 들어 있는 폭탄인 집속탄은 폭발력이 강해 민간인들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110개국 이상이 조약을 만들어 이를 금지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우크라이나 포탄 지원과 관련해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민 알 권리를 존중한다”면서도 “외교적 변수를 고려하고 있다”며 답을 피했다.
이와 관련해 우리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포탄을 지원하면서도, 러시아와의 관계를 고려해 포탄 지원 사실은 끝까지 확인해주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이 24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탄약 지원 가능성에 관한 질문을 받고 “전황을 보고 다른 상황을 고려해서 추후 검토를 할 예정”이라고 답한 것도 예사롭지 않은 대목이다.
‘전황’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대한 탄약 지원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4월 19일 보도된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만약 민간인에 대한 (러시아의) 대규모 공격이라든지 국제사회에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대량 학살이라든지 전쟁법을 중대하게 위반하는 사안이 발생할 때는, 인도적 지원이나 재정 지원만을 고집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 지원 가능성을 시사했던 첫 발언이었다.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포탄을 지원할 경우 러시아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
러시아 외무부는 윤 대통령의 로이터통신 인터뷰가 보도된 직후였던 지난 4월 20일(현지시간) 한국을 겨냥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어떠한 무기 제공도 반러시아 적대행위로 간주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국방부 당국자는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해 한·미가 필요한 협의를 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살상무기를 직접 지원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에서 변화는 없다”고 밝혔다.
박준상 구자창 기자 junwit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