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거리두기’…우크라정교회 “성탄절 12월 25일로”

입력 2023-05-25 17:07 수정 2023-05-25 17:14
국민일보 DB

우크라이나정교회가 성탄절을 ‘1월 7일’에서 ‘12월 25일’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와 거리를 두기 위한 취지에서다.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온라인 매체인 ‘키이우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정교회는 오는 9월부터 달력의 체계를 뜻하는 역법을 ‘개정 율리우스력’으로 적용할 방침이다.

이날 우크라이나정교회에서 채택한 개정 율리우스력은 1923년 세르비아 천문학자인 밀루틴 밀란코비치가 고안한 역법이다. 기존 율리우스력과 그레고리력의 오차를 수정하고 동·서방 교회의 날짜 불일치를 해소했다.

앞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등 정교회를 믿는 국가를 비롯해 전세계 정교회 교회들은 율리우스력에 따라 성탄절을 ‘1월 7일’에 지켰다.

다른 공휴일도 개정 율리우스력에 맞춰 옮겨질 예정이나 부활절은 기존 율리우스력 기준에 따르기로 했다. 이전 역법을 원하는 교구와 수도원에는 자율권도 부여했다.

지난 2월 우크라이나 막시밀리니우카 마을 주민이 러시아의 로켓 공격으로 파괴된 집 잔해 속에서 무언가를 찾고 있다. AP뉴시스

우크라이나정교회 관계자들은 역법 변경이 지역 평의회에서는 아직 승인되지 않았으나 계획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에피파니우스 우크라이나정교회 대주교는 “이번 결정은 쉽지 않았다”며 “우리는 오랜 기간에 걸쳐 단계적으로 이 일 접근해왔다”고 했다. 이어 “예배에 전통 슬라브어 대신 우크라이나어를 도입한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에게는 필요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정교회의 결정에 대해 하나의 정치적 의사표현이라 평가했다.

이상조 장로회신학대 역사신학 교수는 25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우크라이나정교회는 러시아정교회 안에서 오랜 기간 활동했던 교구였다”며 “개정 율리우스력을 따른다는 것은 러시아로부터의 독립을 위한 정치적 표현”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역법 변경에 우크라이나 국민의 영향도 일부 있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해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된 후 우크라이나에서는 12월 25일에 성탄절을 보내는 사람이 늘었다.

이 교수는 “1000년간 이어진 전통을 하루 아침에 바꾼다는 건 어렵다”며 “하지만 그동안 소수이기는 해도 우크라이나 국민 중 12월 25일에 크리스마스를 기념했던 이들이 있기 때문에 이번 결정이 내려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