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세’가 뭐지?…6월에 펼쳐지는 신학의 향연

입력 2023-05-25 15:40 수정 2023-05-25 17:21
IAPT 한국대회 기조강연자들. 왼쪽부터 라이언 라모스(미국 세인트 마인라드 신학교), 일레인 그래함(영국 맨체스터대학교), 박희규(이화여자대학교) 교수. IAPT 한국준비위원회 제공

전 세계 실천신학자들의 올림픽으로 불리는 국제실천신학회(IAPT) 정기신학회가 다음 달 7~11일 서울에서 열린다. 아시아에서 IAPT를 유치한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한국은 지난 1997년에도 대회를 치른 바 있다.

이번 대회에서는 ‘인류세의 살아있는 망으로 본 실천적 지혜’라는 주제로 총 26개국 90여명의 실천신학자들이 자신의 연구 논문을 발표한다. 라이언 라모스(미 세인트마인라드 신학교), 일레인 그래함(영국 맨체스터대), 박희규(이화여대) 교수 등이 기조강연자로 나선다. 이밖에도 200여명의 국내외 학자들이 현장을 찾을 전망이다.

대회의 키워드인 인류세는 지질학자들이 현시대를 지칭하는 용어다. 특히 환경 파괴로 인한 대멸망을 경고하는 차원에서 주로 사용된다. 지질학에서는 시대를 나타내는 단위로 누대, 대, 기, 세를 사용하는데, 인류세는 현생누대 신생대 제4기에 속한다.

기조강연자인 박 교수는 “시대마다 지층에서 발견되는 특징이 있다”며 “산업화 이후에 해당하는 인류세 지층에서는 플라스틱과 닭 뼈 등 인간이 배출한 물질들이 어마어마하게 나온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대회 준비위원장인 권수영(연세대) 교수는 세계적 신학자 몰트만의 주장을 인용하며 “종교가 인류의 정신세계에 미치는 지대한 영향력을 고려해 이번 대회의 주제를 잡았다”고 밝혔다. 몰트만 박사는 ‘땅을 다스리고 정복하라는 창세기의 말씀은 자연을 관리하라는 뜻인데, 인류가 이를 잘못 해석하면서 생태계의 위기를 불러일으켰다’고 주장한 바 있다.

대회 기간, 참석자들은 강원도 홍천의 양수발전소 및 송전탑 발전소 건립 반대 농성 현장을 직접 방문한다. 지역 주민들과의 대화 시간도 갖는다.

이번 대회의 또 다른 관심사는 분단된 한반도 상황이다. 실천신학자들은 DMZ에 세워진 새한반도센터에서 평화를 기원할 예정이다.

국제실천신학회는 1991년 미국 프린스턴에서 결성된 후 다양한 문화권의 소리를 듣기 위해 2년마다 전 세계 6개 대륙을 순회하며 개최해 왔다. 그러나 1997년 한국 대회 이후에는 단 한 번도 아시아 국가에서 열리지 않았다. 한국대회 준비위원회는 2017년 노르웨이 대회에서 적극적인 유치 의지를 표명하면서 26년 만의 한국 개최를 이뤄냈다.

권 교수는 “대표적인 기후 후진국이자 유일한 분단국가인 한국의 독특한 사회정치적 상황과 서구 중심의 공공신학 관점이 만나 국내 학계에도 더 생태적이고 평화 지향적인 글로벌 공공신학을 탄생시킬 좋은 기회”라고 기대감을 전했다.

국제실천신학회 한국대회를 앞두고 25일 서울 연세대 더라운지에서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IAPT를 필두로 굵직한 신학 분야 학술 행사가 연이어 열린다. 서울 종로구 새문안교회(이상학 목사)는 오는 27~28일 교회에서 언더우드 국제심포지엄을 연다. ‘우리의 땅끝은 어디인가’를 주제로 데이나 로버트(미 보스턴대) 공로교수가 강연한다.

다음 달 2일에는 전인생명학회와 한국성경신학회(회장 현창학 교수)가 서울 서초구 신반포중앙교회에서 공동 심포지엄 ‘샬롬, 로잔언약과 건강도시’를 진행된다.

이어 12~15일에는 한신교회(강용규 목사)가 주최하는 제16회 한신 신학심포지엄이 강원도 원주 오크밸리에서 열린다. 제이미 클락 솔즈(미 남감리교대학 퍼킨스 신학대학원) 교수 등이 ‘새 시대를 위한 신학과 설교’라는 주제로 강의한다.

또 19~21일에는 경기도 안양 새중앙교회(황덕영 목사)에서는 제1회 프레시 콘퍼런스가 열린다. 미국의 대표적인 선교적 교회 운동가 닐콜(오가닉교회 운동 개척자), 데이브 깁슨(뉴송교회) 목사 등이 강사로 나서 선교적 교회 운동의 이론과 실제를 소개한다.


글·사진=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