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의 민립대학 조선대가 ‘글로컬 30’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전심전력으로 뛰고 있다.
광주대·광주여대와 손발을 맞추기로 한 데 이어 조선간호대와 50여 년 만에 통합 결정을 내렸다. 글로컬 30 선정 첫 단계인 예비지정 신청서 제출 마감일은 오는 31일이다.
조선대는 “학교법인 조선대학교 산하 조선간호대와 통합을 추진한다”고 25일 밝혔다. 같은 학교법인 소속인 조선대와 조선간호대는 전날 조선대 본관 이사장실에서 살림을 함께 꾸리기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교육 경쟁력 강화와 대학 혁신을 위한 통합은 조선대 설립 77년과 조선 간호대 설립 52년 만의 통 큰 결정이다. 지역 최초의 사례이기도 하다.
광주지역 대학가에서는 같은 집안이지만 50년 넘게 ‘가계부’를 따로 작성해온 두 대학이 과감한 군살 빼기에 들어갔다는 반응이다.
두 대학은 즉각 통합절차를 진행하기 위한 구체적 논의에 착수했다. 향후 대학 시설과 부지를 공동 활용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학술·연구 업무를 통합체제로 운영한다.
1946년 설립된 조선대는 2만5900명이, 1971년 문을 연 조선간호대는 810명의 학생이 현재 재학 중이다. ‘한 지붕 두 가족’ 시대를 마감하게 된 두 대학은 당분간 강도 높은 혁신으로 지방대와 지역의 동반성장을 꾀하는 ’글로컬 대학 30’ 선정에 의기투합한다.
앞서 조선대는 23일 광주대, 광주여대와도 교육부의 글로컬 대학 30 사업 선정을 위해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조선대 본관 청출어룸에서 민영돈 조선대 총장, 김동진 광주대 총장, 이선재 광주여대 총장은 협약식을 가진 뒤 손을 굳게 맞잡았다.
3개 대학은 상호 네트워크를 구축해 글로컬 대학 30 선정을 위한 협력체계를 가동하고 대학 간 공동 교육과정 개발, 학점 교류에도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조선대는 앞서 지난 17일 광주 서구와 상생협약을 맺는 등 지자체·기업들과도 글로컬 대학 30 선정을 위한 업무협약을 잇달아 체결했다. 눈앞에 닥친 지방대의 위기를 정면 돌파하기 위해 어느 때보다 동분서주하고 있다는 평가다.
교육부와 글로컬 대학위원회는 지난달 ‘글로컬 30 추진방안’을 확정했다. 학령인구 감소로 생존 위기에 내몰린 지방대의 과감한 혁신을 유도하기 위한 이 사업은 2026년까지 총 30곳의 지방대학을 선정해 1곳당 5년간 1000억원의 예산을 집중 지원하는 게 뼈대다.
역대 최대의 ‘대어’를 낚기 위해 각 대학은 이미 사활을 건 치열한 경쟁에 돌입한 상황이다. 하지만 파격적 지원이 주어지는 30곳의 선정 대학보다는 나머지 탈락 대학의 향후 진로에 더 많은 시선이 쏠린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역과 대학의 동반 성장을 목표로 내건 글로컬 대학에 뽑히지 못하면 불가피하게 고사할 처지에 놓인다는 절체절명의 위기감이 대학가에 고조돼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선정에 앞서 첫 예비지정 대학 명단 15곳 정도를 오는 6월까지 공정한 심의를 거쳐 가려낸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각 대학은 지자체, 지역기업 등과 머리를 맞대고 정답을 찾기 위한 ‘암중모색’을 거듭하는 중이다. 이들은 구체적 사업 계획을 담은 A4용지 5장 분량의 함축적 ‘혁신 계획서’를 교육부에 제출하기 위해 막바지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글로컬 대학위원회의 최종 심의를 거친 첫 글로컬 대학 10곳은 9월 말 발표된다.
올해 10개에 이어 2024년 10개, 2025년과 2026년에도 각 5개씩이 혁신 계획서에 이은 실행 계획서 심의를 거쳐 추가로 글로컬 30 대학으로 선정된다.
총 30곳의 글로컬 대학은 지방대 육성법에 따른 1000억원의 천문학적 예산지원 혜택을 5년에 걸쳐 받는다.
글로컬 30을 향해 발 빠른 광폭 행보에 나선 조선대는 해방 직후 광주·전남 지역민 등 전국에서 7만2000여 명이 십시일반 성금을 모아 개교한 민립대학이다.
지난해 세계적 권위의 영국 대학평가기관(타임스 고등교육)이 선정한 대학 순위에서 국내 대학 중 25위로 평가됐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의 국내 대학 브랜드 빅데이터 평판분석에서도 전국 10위, 호남 1위로 선두권을 차지했다.
조선대가 올해 호남권에서 글로컬 30 예비지정 가능성이 큰 대학 중 한 곳으로 손꼽히는 배경이다.
개성교육·영재교육·생산교육이라는 3대 건학이념으로 창학한 이 대학은 그동안 수많은 교수와 30여만 명의 동문이 축적한 교육·연구 기반을 토대로 글로컬 30의 교두보를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학교법인 조선대학교는 통합 예정인 조선대와 조선간호대뿐 아니라 조선이공대, 부속고, 부속여고, 남·여 중학교, 조선대병원, 치과병원 등 9개의 학교·병원을 두고 있다. 어림잡아 6000여 명의 교직원과 3만여 명이 학교법인 조선대 배지를 달고 있다.
민영돈 조선대 총장은 “글로컬 대학 30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초석을 촘촘히 다지고 있다”며 “국내 유일의 민립대학으로서 제2의 도약을 이루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