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들은 엄청난 혜택을 받았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그 혜택을 사회에 돌려줄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24일(현지시간) 하버드 케네디스쿨 졸업식 축사에서 학생들에게 기후변화에 대응을 강조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하며 전쟁을 끝낼 수 있도록 나서 달라고 촉구했다.
반 총장은 “우리에게 지구는 하나뿐이며, 이를 함께 공유하고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이 지속 가능한 집단적 미래의 실행 가능성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도전은 전례가 없는 것”이라며 “따라서 우리의 대응도 마찬가지로 전례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 전 총장은 “인류가 기후 위기를 멈추지 못한다면 기후 위기가 인류를 끝장낼 것”이라며 즉각적 행동을 촉구했다. 그는 “인류의 실존적인 위기 문제를 우리 세대가 해결하지 못하고 젊은 세대에게 넘겨주게 돼 안타깝다”며 “미래의 지도자가 될 여러분들은 세계를 변화시킬 힘이 있다”고 말했다. 또 “젊은 세대가 기후 위기에서 지구를 구해야 하는 이유는 쉬워서가 아니라 어렵고 긴박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한 파리협약이 지켜지지 않는 상황을 언급하며 “여러분들이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에게 문제를 제기하고, 맞서 달라”고 부탁했다.
반 전 총장은 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언급하면서 후배들에게 불의에 맞서라고 당부했다. 그는 “러시아의 침공은 2차 세계대전 종전 때부터 지켜진 국제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며 “(러시아 침공에 대해) 일부 국가들이 침묵하고 있는 것은 대단히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또 “중립은 선택사항이 아니다”며 “여러분이 이런 불의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 전 총장은 “정의는 오늘이 아니더라도 내일, 내일이 아니더라도 가까운 미래에는 승리한다”며 “정의가 승리하도록 우리도 힘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졸업생들에게 “나의 충고는 미래에 대해 걱정하지만, 너무 많이는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열정과 용기는 인간의 힘의 상당 부분을 구성하지만, 연민이 동반될 때만 가치가 있다”며 “세계 시민이 되고 연민의 힘을 활용하는 것은 모든 인류와 지구의 밝은 미래를 위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반 전 총장은 1984년 케네디스쿨을 졸업했다.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졸업 행사에서 축사한 한국인은 반 전 총장이 처음이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