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시찰단이 23~24일 이틀에 걸쳐 원전 내부 해양방출 주요 설비에 대한 현장 점검을 마쳤다.
후쿠시마 오염수 시찰단장인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장은 24일 오후 후쿠시마현 후타바군 소재 도쿄전력 폐로자료관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2021년 8월부터 오염수 방류 계획을 검토해 오면서 현장 확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부분을 시찰 항목으로 잡았고, 보고자 했던 설비들은 다 봤다”며 “시찰을 통해 안전성 평가에서 진전을 이룰 수 있을 듯하다”고 평했다.
다만 그는 “기능과 역할에 대한 여러 가지 추가 분석 작업이 필요하다”면서 후쿠시마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의 안전성에 대한 결론은 언급하지 않았다.
유 단장은 “도쿄전력은 성실히 안내했고, 요청한 자료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검토한다고 했다”며 오염수의 안전성에 대한 평가는 현장 점검 이후 도쿄전력으로부터 받을 다양한 자료를 종합적으로 고찰해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도쿄전력이 공개에 난색을 보인 자료가 있느냐는 물음에는 “구체적으로는 없다. 원칙적으로 영업 기밀과 관련된 자료는 어느 나라도 주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날 점검에서는 오염수가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거치기 전 단계에서 방사선 감지 등 이상 상황이 발생 시 사용하는 긴급 차단 밸브를 집중적으로 살펴봤다고 유 단장은 전했다. 그는 “긴급 차단 밸브의 위치를 눈으로 보고 제조사를 확인했다. 이 밸브가 어떤 메커니즘으로 닫히고 열리는지 등에 관한 부분은 추가로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시찰단은 화학분석동 내 방사능 분석실험실에서 핵종별 전처리 과정과 분석 방법, 운영 현황과 관리 상태, 분석 인원과 역량, 농도 분석에 이용하는 장비 등도 확인했다. 또 해수 이송 펌프, 유량계, 상하류 수조 등의 설비가 설계도와 일치하는지도 파악했다.
유 단장은 “희석 설비와 관련해서는 삼중수소를 충분히 희석할 수 있는 펌프 용량을 갖췄는지와 장비가 어떻게 기능하는지를 중점적으로 관찰했다”며 “ALPS 처리 전후 64개 핵종 농도에 관한 원자료도 받았으며 향후에 이를 분석할 것”이라고 했다.
시찰단은 전날 ALPS, 중앙감시제어실, 오염수 방류 전 농도를 측정하는 K4 탱크, 이송 설비 등을 살폈다.
그는 이번 현장 점검에서 오염수 시료를 채취하지 못한 데 대해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채취한 1~3차 시료를 모두 확보해 분석 중”이라며 “시료를 채취한 곳은 시찰단이 이번에 본 탱크에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IAEA가 다음 달에 발표할 것으로 알려진 최종 보고서와 관련해서는 “우리는 최인접국으로서 오염수에 대해 별도의 검토를 해오고 있었다”며 “IAEA 검증에는 한국 전문가도 참여하고 있고, IAEA 검증도 참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후쿠시마 원전 현장 점검을 종료한 시찰단은 도쿄로 이동해 25일 외무성·경제산업성·도쿄전력·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NRA)와 기술회의를 개최하고, 26일 귀국한다.
한편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24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와 관해 “IAEA에서 오염수에 대한 종합 결과가 6월 말 나온다. IAEA에서 오염수 안전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면 저희도 당연히 양보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전 정부의 정의용 외교부 장관도 IAEA 기준을 따르고 사전 협의해 방류를 반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고 덧붙였다.
김 실장은 또 “4~5년 후에 (오염수가) 돌아오면 큰일 난다고 하는데, 후쿠시마 원전이 터지면서 오염수보다 더한 것들이 많이 나갔다”며 “10년이 넘었지만 우리 해안이나 수산물이나 어디를 봐도 문제가 없다, 예전하고 똑같더라는 결과가 있다”고 언급했다. IAEA 신뢰성을 문제 삼는 야당 의원에게는 “IAEA를 못 믿겠다고 하는데 그렇게 되면 세상에 믿을 곳이 없다”고 지적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