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살상무기(WMD)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국제협력체인 ‘확산방지구상(PSI)’ 고위급 회의가 제주도에서 5월 30일부터 6월 2일까지 나흘간 열린다.
올해 20주년을 맞은 PSI 고위급 회의가 아시아에서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정부는 이번 회의를 계기로 오는 31일 제주 동남방 공해상에서 한국·미국·일본·호주가 참가하는 PSI 연례 해양차단훈련 ‘이스턴 엔데버(Eastern Endeavor) 23’을 실시한다고 24일 밝혔다.
다만, 이번 훈련을 빌미로 북한이 반발할 가능성은 우려되는 대목이다.
PSI는 대량살상무기와 그 운반수단, 관련 물자의 불법 확산 방지를 위해 2003년 미국 주도로 출범한 국제협력체다.
현재 106개국이 참여하고 있으며, 5년마다 고위급 회의를 개최해 활동을 점검하고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첫 고위급 회의가 2008년 미국에서 열린 이후 폴란드(2013년)·프랑스(2018년)에서 각각 개최됐다.
아시아에서 고위급 회의가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PSI 고위급 회의에는 보니 젠킨스 미국 국무부 군비통제·국제안보 차관을 비롯해 70여개국 대표단이 참가한다.
정부는 PSI 비참여국인 중국에도 참관국 자격으로 참석을 요청했으나, 중국은 올해 초 불참 의사를 표명했다.
PSI 고위급 회의 일정 중에 PSI 해양차단훈련이 개최되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각국 대표단은 우리 해군 마라도함에 승선해 회의 둘째 날인 오는 31일 실시되는 이번 훈련을 직접 참관할 예정이다.
훈련에는 우리 해군의 마라도함·왕건함·대청함과 해경 함정 5002함을 포함해 미국 밀리우스함·일본 하마기리함·호주 안작함 등 수상함 7척이 투입된다.
이번 훈련은 대량살상무기 적재 의심 선박 역할을 맡은 대청함을 해상에서 포착한 상황을 가정하고, 각국 전력이 정보교류·선박추적·승선검색 등 대응 절차를 숙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우리 해군의 항공기 4대와 일본·호주 항공기 각각 1대 등 모두 6대의 항공기가 이번 훈련에 참여한다.
우리 해군·해경·화생방사령부 특수임무대와 미국 해군·해경 특수임무대, 일본 해상자위대 특수임무대 등 모두 6팀의 특임대가 승선검색 임무를 수행하는 훈련을 펼친다.
마라도함 내 꾸려지는 20여명 규모의 다국적 협조본부에는 싱가포르·캐나다 등이 인력을 파견하고, 우리 해군 7기동전단장이 지휘를 맡는다.
국방부 관계자는 “PSI 해양차단훈련은 특정 국가를 겨냥한 훈련은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이번 훈련은 북한 핵·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공조 차원에서 필요하고, 북한 대량살상무기를 포함해 확산 방지 활동에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훈련 종료 후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마라도함에 올라 참가국 함정을 해상사열한다.
이 과정에서 ‘욱일기’와 비슷한 문양의 ‘자위함기’를 단 일본 함정 승조원들이 한국 국방부 장관에게 경례하는 장면이 최초로 연출될 가능성이 크다.
고위급 회의 첫날인 30일에는 각국 대표단이 PSI의 과거·현재·미래를 주제로 토의하고, PSI 성과 및 향후 협력방안을 담은 포괄적 공동성명을 채택할 계획이다.
다음 달 1일에는 각국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학술회의와 도상 훈련이 이어지며, 2일에는 20개국으로 구성된 PSI 운영전문가 회의가 열린다.
이번 회의에선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문제도 비중 있게 다뤄질 것으로 보여 북한의 반발도 예상된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반응하지 않을지, 강도 높게 대응할지는 예단 못 한다”면서 “북한은 PSI에 대해 초기부터 참가하면 선전포고로 간주하겠다고 발표하거나 우리나라에서 훈련을 개최할 때도 유사한 비난을 했었다”고 전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