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면허증을 위조해 27년 동안 불법 의료행위를 한 60대 가짜 의사가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수원지법 형사10단독 한소희 부장판사는 24일 공문서위조 및 행사, 보건범죄단속법위반(부정의료업자), 사기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A씨(60)에게 징역 7년에 벌금 500만원을 명령했다.
A씨는 2014년 10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위조한 의사면허증으로 8개 병원 고용의사로 취업한 뒤 병원별로 수개월에서 수년에 걸쳐 무면허 의료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기간 A씨가 각 병원에서 급여 명목으로 수령한 금액만 5억여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A씨의 범행은 단기채용 형식으로 병원장 명의의 EMR(전자의무기록) 코드를 부여받아 진료 및 처방전 발행하는 수법을 사용하다 이를 의심한 병원 관계자가 경찰에 신고하며 발각됐다.
A씨가 실제로 의대에 재학했기 때문에 그를 고용했던 병원장들은 A씨가 내민 위조 의사면허증을 의심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재판부는 A씨를 고용했던 개인 병원장 7명과 B종합병원 의료재단 등의 보건범죄단속법 위반(부정의료업자) 혐의도 유죄로 봤다.
A씨를 고용하는 과정에서 의사면허 취득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무등록으로 고용해 병원장 명의로 진료행위를 하게 해 불구속기소 된 B종합병원 의료재단과 개인병원장 7명에게는 벌금형의 선고를 유예했다.
다만 무면허 의료행위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개인병원장 1명에 대해서는 벌금 20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공소사실 시점 이전인 적어도 2009년부터 무면허 의료행위를 업으로 해 온 것으로 보이며, 이 사건 관련 조사를 받았음에도 무면허 행위를 계속했다”며 “의료사고가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1만5000명 상당의 환자들을 진료했고, 진료 분야가 심각한 의료 사고 발생 분야는 아니어서 사고가 발생했다 하더라도 환자들이 알지 못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무면허 의료행위 범죄는 국민 보건 안전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쳐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며 “또 자신을 면허가 있는 의사로 믿게 하고 받은 급여가 5억원을 초과하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병원장들은 피고인이 제출한 의사면허증이 유효한 것인지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지 아니했다”며 “다만 B의료재단의 경우 피고인이 제출한 의사면허증이 이상하다고 생각해 원본을 제출해 달라고 요구했고 피고인에게 기만당한 점을 고려한다”고 덧붙였다.
A씨는 1993년 의대를 졸업했지만 의사면허증을 따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1995년부터 의과대학 동기의 의사면허증에 본인의 사진을 붙이는 방법을 이용해 전국 60곳 이상의 병원에 취업했던 것으로 조사됐으나, 검찰은 이 중 공소시효가 남은 범행에 대해서만 기소했다.
이강민 기자 riv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