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일본에 파견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시찰단이 현장 시찰 이틀째인 24일 후쿠시마 제1원전에 다시 한번 들어가 오염수 희석 설비의 기능과 핵종 분석 방식 등을 점검했다.
시찰단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오전 10시쯤 원전에 투입돼 화학분석동과 삼중수소 희석 설비, 오염수 방류 설비 등을 살펴봤다. 화학분석동에서는 핵종 분석 방법과 장비 등을 확인했고, 삼중수소 희석 설비에선 어떤 방식으로 오염수와 바닷물을 섞는지, 희석된 오염수가 어떤 설비를 통해 바다에 방류되는지를 확인했다.
일본 측은 오염수 정화시설인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걸러지지 않는 삼중수소의 경우 오염수에 바닷물을 섞어 자국 배출 기준치인 리터당 6만베크렐(Bq)의 40분의 1,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음용수 기준인 리터당 1만Bq의 7분의 1 수준인 리터당 1500Bq로 떨어뜨려 배출한다는 계획이다.
시찰단은 ALPS 처리 전후 방사성 물질 농도를 일본 측이 제공한 자료와 비교하며 ALPS 성능도 점검했다.
일본은 한국 시찰단의 현장 시찰을 계기로 연일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재개’의 군불을 지피고 있다. 전날 노무라 데쓰로 농림수산상이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제한 해제에 대해 부탁하고 싶다”고 말한 데 이어 이날 산케이신문은 “(일본) 정부는 한국 시찰단의 수용이 윤석열정부에 의한 해양 방류 용인과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 해제로 이어질 것을 기대한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국민 우려가 해소되지 않으면 수입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오염수 처리와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규제 문제가 별개 사안이 맞느냐’는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수산물은) 국민의 생명,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여서 국민의 불안과 우려가 해소되지 않을 경우 수입할 수 없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수입 재개 압박이 ‘예정된 수순’이라고 입을 모은다. 양기호 전 주고베 총영사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일본이 수입금지 해제를 요구한 게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방한하고 한국 시찰단을 받아들인 것부터 (수입 재개를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었다”면서 “앞으로 일본이 ‘수입금지는 반일 감정이 반영된 비과학적인 것’이라며 밀어붙일 것”이라고 말했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재개는 일본이 계속 원했던 것”이라며 “이번 시찰에서 오염수 처리에 과학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나올 경우 수입금지 해제를 지속적으로 요청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한국·중국·러시아 등이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을 금지하고 있으며, 대만은 지난해 2월 수입금지를 해제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정부가 섣불리 수입 재개를 결정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김영선 박준상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