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히트에도 웃지 못한 배지환, 견제사에 주루사까지

입력 2023-05-24 15:45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배지환이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볼티모어 오리올 파크에서 열린 볼티모어 오리올스와의 경기에서 도루에 실패한 뒤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허공을 응시하고 있다. AP 뉴시스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배지환이 타석에서의 활약에도 체면을 구겼다. 한 경기에서 두 번이나 누상에서 죽으며 흐름에 찬물을 끼얹었다. 팀도 패배를 면치 못했다.

배지환은 23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피츠버그 PNC 파크에서 열린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경기에서 8번타자 2루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2안타를 기록했다. 피츠버그는 텍사스에 6대 1로 졌다.

타자 배지환의 방망이는 매섭게 돌았다. 지난 19일 이후 나흘 만에 멀티 히트를 터뜨리면서 5경기 연속 안타, 7경기 연속 출루 기록을 이어갔다. 시즌 타율은 0.254에서 0.264까지 올랐다.

문제는 누상에서 발생했다. 2대 0으로 뒤진 3회 선두타자로 좌전 안타를 치고 출루한 배지환은 호시탐탐 2루를 노렸다. 그러나 텍사스 선발 네이선 이오발디도 이를 간파하고 끈질기게 1루를 의식했다. 결국 거듭된 견제구에 걸린 배지환은 소득 없이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결과론이긴 하지만 이로써 배지환은 이날 피츠버그의 첫 점수를 올릴 기회를 스스로 날렸다. 견제사 이후 2사에서 피츠버그는 앤드루 매커천의 볼넷과 브라이언 레이놀즈의 2루타를 묶어 1점을 냈다. 배지환이 견제에 잡히지 않았다면 2대 2 동점에 역전 주자가 2루에 있었을 상황이었다.

8회 세 번째 타석에서도 의욕 과다는 되풀이됐다.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빠른 발을 십분 살린 내야안타로 출루한 그는 후속 타자의 뜬공 이후 앤드루 매커천의 우전 안타 때 2루를 지나 3루까지 노리려 했다. 뒤늦게 타구가 다소 짧다는 사실을 의식해 귀루를 택했으나 우익수 아돌리스 가르시아의 송구는 그새 2루에 당도해 있었다. 2아웃 이후라 3루 진루의 이득이 크지 않은데도 무리한 주루를 펼치면서 ‘이닝 마지막 아웃을 3루에서 당하지 말라’는 격언을 거슬렀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에 따르면 데릭 셸턴 피츠버그 감독은 경기 직후 현지 취재진 앞에서 배지환이 아직 성장 중인 젊은 선수라는 점을 짚었다. 그는 “비록 지금은 뼈아플지 몰라도 배움의 과정”이라며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시즌 초 팬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던 배지환의 과감한 주루는 최근 들어 부작용을 노출하고 있다. 도루 개수는 지난 5일 이후 줄곧 14개에 머물렀고 그동안 도루 실패만 4개 쌓였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