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금액을 낮춰 갱신한 수도권 아파트 전세계약의 보증금이 평균 1억원 가까이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셋값 약세 지속으로 갱신 계약보다 신규 전세의 보증금이 더 쌌다.
부동산R114는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 올해 1~5월 감액갱신을 한 수도권 아파트 전세의 평균 보증금이 4억4755만원으로 종전 5억4166만원에서 9411만원 낮아졌다고 24일 밝혔다.
지역별 감액폭은 서울 1억1803만원(6억9786만원→5억7983만원), 경기 8027만원(4억5746만원→3억7719만원), 인천 7045만원(3억4992만원→2억7947만원) 순이었다.
수도권 아파트 전세 중 감액갱신 계약은 1만6275건이었다. 이 가운데 69.4%인 1만1301건의 보증금 인하폭이 1억원 이내였다. 하지만 서울 강남권과 경기 분당, 하남 등 일부 지역 대형 면적에서 보증금을 3억원 넘게 낮춘 거래가 나타나면서 평균 감액폭이 커졌다.
보증금만 비교하면 금액을 깎더라도 기존 전세를 갱신하기보다 새 전셋집으로 갈아타는 게 나은 상황이다. 올해 1~5월 수도권에서 같은 아파트, 동일 면적 전세로 감액갱신과 신규 계약이 각각 1건 이상 체결된 사례는 7271건이다. 최고가 기준 신규 계약 보증금이 갱신 보증금보다 낮은 경우가 4172건으로 57%였다.
올해 갱신한 수도권 아파트 전세의 평균 보증금은 4억5320만원이었다. 종전(5억4644만원)보다 9224만원 하락했다. 이들 아파트 신규 전세계약 보증금은 4억3731만원으로 갱신 계약보다 1589만원 낮았다. 서울은 갱신 5억8889만원, 신규 5억6743만원으로 역시 새 전셋집을 계약하는 편이 2146만원 쌌다. 종전 보증금은 7억536만원이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보증금이 상대적으로 높은 갱신계약이 이어진 건 이사비, 중개보수 등 전셋집 이동에 드는 추가 비용을 감안한 선택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전셋값 하락폭이 둔화되고 반등 단지도 나타나고 있어 일부 지역에서는 갱신과 신규 계약 사이에서 고민하는 임차인이 늘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달 체결된 수도권 아파트 전세 갱신 계약 4004건 중 감액갱신은 42.8%인 1713건이었다. 월간 감액갱신 비중은 지난해 10월 5.2%에서 11월 두 자릿수(14.4%)로 올라선 데 이어 올해 3월부터는 40%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7, 8월에는 각각 0.2%, 0.5%로 1%도 안 됐던 유형의 거래다.
이달 보증금을 높인 갱신 계약 비중은 39.3%(1,572건)로 전 37.8%에 비해 소폭 높아졌지만 90%대였던 지난해 7, 8월과 비교하면 여전히 크게 축소된 상황이다. 이 비중은 지난해 12월 56.6%까지 빠르게 낮아졌고 올해 들어서도 1월 47.2%, 2월 42.4%, 3월 39.6% 등으로 꾸준히 줄었다.
여 연구원은 “전셋값 약세가 지속되는 와중에 증액 계약이 이뤄진 것은 최대 5% 임대료 증액 제한으로 시세 대비 보증금이 낮은 임대사업자 매물도 포함됐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증액 계약이라도 보증금 인상폭이 크지 않아 시세보다는 싼 전세가 많다는 얘기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