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의사 유해 찾기 민간이 나섰다…中다롄 ‘둥산포’ 매장 유력

입력 2023-05-24 15:22 수정 2023-05-24 15:28
중국 랴오닝성 다롄의 뤼순감옥 공동묘지. 황기철 전 국가보훈처장 일행은 지난 14~18일 현지 답사와 중국 측 관계자 면담 등을 통해 안중근 의사 유해가 뤼순감옥 공동묘지가 있던 둥산포에 매장됐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밝혔다. 황 전 처장 제공.

2008년 이후 중단된 안중근 의사 유해 발굴을 위해 민간 전문가들이 나섰다.

황기철 전 국가보훈처장과 김월배 하얼빈이공대 교수는 지난 14~18일 중국 랴오닝성 다롄을 방문해 유해 발굴에 필요한 현지 답사를 실시하고 중국 측 관계자들을 면담했다고 24일 밝혔다. 한국 측 일행은 안 의사 순국 당시 통역을 맡았던 소노키 스에요시의 보고서와 한·일 양국에서 발행된 신문, 2008년 안 의사 유해 발굴 작업에 참여한 저우샹링 뤼순일아감옥구지 박물관 초대 관장의 견해 등을 근거로 안 의사 유해가 뤼순감옥 공동묘지가 있던 둥산포(東山坡)에 매장됐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결론 냈다. 박물관은 안 의사가 순국한 뤼순감옥 터에 자리잡고 있다.

둥산포는 약 2000㎡ 규모로 2001년 중국 국가 문화재 지역으로 지정됐다. 황 전 처장은 “한·중이 합의하면 지형상 발굴에 큰 어려움은 없어 보인다”며 “지금이라도 유해 발굴 작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한국 정부와 국민이 지혜와 역량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민간인 일행을 만난 저우아이민 박물관 부관장은 “코로나 이전에는 매년 2만 명의 한국인 관람객이 찾았지만 지금은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유해 발굴을 위해 한·중 관계 개선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 전 처장은 유해 발굴에 대한 염원을 이어갈 수 있도록 ‘안중근 의사 찾기 한·중 민간 상설위원회’도 결성할 방침이다.

남북은 2000년대 들어 공동 발굴단을 구성해 중국 측과 함께 안 의사 유해 찾기를 시도했지만 2007년 남북 관계가 경색되면서 흐지부지됐다. 당시 남북은 둥산포가 아닌 위안바오산(元寶山)을 매장지로 지목했다. 뤼순감옥 수감자들을 위한 천도제 사진에 찍힌 뒷산 능선 모습이 위안바오산과 유사하다는 것이 근거였다. 이에 따라 위안바오산을 발굴했더니 생활 쓰레기만 나왔다고 한다. 유해 발굴 실무 작업에 참여했던 왕전런 전 박물관 부관장은 “중국은 둥산포 지역을 매장지로 지목했고 북한도 이에 동의했지만 나중에는 위안바오산을 주장한 한국 측 의견을 따랐다”고 전했다.

이후 문재인정부 시절 국가보훈처를 중심으로 유해 발굴 추진 계획이 수립됐지만 이 역시 뚜렷한 진전 없이 끝났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