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보훈병원은 치유와 찬양이 넘친다. 환자의 육신을 내 몸같이 돌보는 병원장과 환자의 갈급한 영혼을 위로하고 기도해주는 원목이 있기 때문이다. 이정주(64) 부산보훈병원장과 원목 정홍수(56) 목사는 환자들을 주님의 손길로 돌보는 복음의 전사들이다.
지난 15일과 16일 부산 사상구 부산보훈병원에서 이 병원장과 정 목사를 만났다. 부산보훈병원은 540병실을 갖춘 한국보훈복지공단 산하 종합병원이다.
이 병원장은 부산대학병원장을 거쳐 올해 2월 부산보훈병원장으로 취임했다. 3대째 모태신앙 집안에서 태어났다. 특히 할아버지(이갑석 목사), 아버지(이호성 감독) 모두 목회자다. 이 병원장은 “두 분의 기도, 특히 아버지의 기도로 내가 여기까지 온 것이다”고 말했다. 또 “의사가 아파보지 못하면 모른다.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환자를 내 몸같이 돌본다”며 신학을 공부하다 중증 결핵으로 목회자의 꿈을 접고 의사의 길로 들어섰던 지난날의 소회를 털어놓았다. 부산보훈병원장 취임 전 부산의료원장으로 와 달라는 요청이 있었지만 기도 중 하나님께서 부산보훈병원으로 가라는 마음을 주셔서 진로를 바꾸게 된 사연도 간증했다. 이 병원장은 현재 부산 성일감리교회를 섬기는 장로다.
이 병원장은 정홍수 목사를 향해 “정 목사는 보훈병원 의사, 간호사, 직원, 환자들 모두가 존경하고 사랑하는 목회자”라고 추켜세웠다. 이 병원장은 부산 동아고 출신의 선한목자교회 유기성 원로목사가 친구라고 소개하며 그가 감리교신학대를 수석으로 입학, 졸업한 수재라고 자랑했다.
정 목사는 부친 정상수씨에 이어 2대째 국가유공자다. 그는 공수부대 특전하사관으로 복무하던 중 헬기레펠 훈련을 하다가 척추 4개가 손상되는 큰 부상으로 2001년 국가유공자가 됐다. 정 목사의 형인 고 정봉수씨도 공수부대 제대 3개월을 앞두고 도하훈련 도중 안타깝게 순직했다.
정 목사는 5년 전 희귀병 진단을 받았으며 벧체트병으로 체중이 15kg 줄기도 했다. 2000년 김해복음교회 부교역자 2년, 2005년 9월 김해2복음교회 개척 10년에 이어 2002년부터 부산보훈병원 선교사역을 도왔으며 2015년부터 서부산노회 기관목사로 파송돼 병원 원목사역에 매진하고 있다.
정 목사는 쉬는 날 없이 사역한 탓에 두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겼다. 2019년 하혈을 스물아홉번이나 했고, 2023년 3월에는 세균 간염으로 죽음 직전까지 갔다. 사선을 넘나드는 위기를 경험한 정 목사는 국민일보로 복음을 전하는 문서선교사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국민일보를 들고 매일 호스피스 병실로 향한다. 생명을 부지하기 힘든 환자에게 영접 기도를 드리고 보호자를 위로하기 위해서다.
정 목사는 “죽음 문턱에 있는 환자에게 귓속으로 복음을 전한 후 말을 전혀 못하는 그 환자가 ‘아멘’이라고 말한 뒤 눈물을 흘렸던 그 모습에 살아계신 하나님을 경험했고, 아직도 그 모습이 생생하게 떠오른다”며 “단 한 사람의 영혼구원을 위해서라도 호스피스 병실은 빠짐없이 늘 방문한다”고 말했다. 대화를 할 수 있는 일반병실은 주 3~4회 방문한다. 믿음이 있는 환자에게 먼저 치유기도를 한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많은 불신자 환자들이 자기들도 기도를 받기 원한다.
정 목사는 그런 환자들에게 국민일보를 건네면서 “심심할 때 읽어 보시라. 기독교의 진리와 하나님 말씀이 있는 신문이다”며 진정성 있게 다가서며 기도한다. 정 목사는 “국민일보를 매일 기다리는 환자들도 있다”며 “환자들은 병원 생활이 지루하고 심심하기 때문에 국민일보를 기다린다”고 설명했다. 또 “복음을 못 듣다가 국민일보에 실려 있는 설교와 간증내용을 읽으며 교회를 나가야겠다고 다짐하는 환자들이 많다”고 환자들의 반응을 전했다. 기억에 남는 한 환자는 “목사님 일요일에는 왜 신문 안 줘요?”라며 “나를 미소 짓게 만든 환자도 있었다”고 소개했다. 이어 “국민일보가 전도지로써 그 어떤 것보다 귀하고 소중하며 불신자 환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어 활용 가치가 가장 높다”고 국민일보를 보내준 회사와 후원자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정 목사는 자신을 꼭 필요로 하는 환자들이 있기에 병원 심방뿐 아니라 개인 신앙 상담, 상이연금문제, 모든 장례절차 등을 상담하고 처리해준다. 코로나 전에는 주일예배를 250여명이 드렸으나 현재는 100여명 참석한다. 이 예배가 특별한 것은 참석자 대부분이 불신자들이라는 점이다. 신앙여부를 떠나 모두 신체적, 정신적 아픔을 안고 절박한 심정으로 참석하기에 정 목사는 전심을 다해 예배를 준비한다. 매년 20여명에게 세례를 집례하고 있다. 정 목사는 “코로나 3년 동안 장례집례가 가장 힘들었지만 하나님의 은혜로 코로나에 한 번도 감염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매월 셋째 주 수요일에는 불신자들에게 떡과 소정의 선물을 전달하는 생일잔치를 열어준다. 지루한 병원 생활에 활력을 주고 하나님의 선한 영향력을 전달하기 위해서다. 이런 재정 마련은 보훈병원 신우회와 자원봉사자들, 50여명의 (사)한국보훈선교단 부산지부에서 헌금으로 마련한다.
보훈병원교회 김경숙(54) 전도사는 정 목사의 사모다. 김 전도사는 정 목사에 대해 “교회와 가정에서 변함없는 교본의 삶을 사시는 100점짜리 목사, 90점짜리 남편이다”며 환한 웃음을 보였고 정 목사는 김 전도사를 향해 “사모 없는 사역은 있을 수 없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김 전도사의 찬양에는 치유은사가 있다. 한 환자는 찬양도중 입이 열리고, 또 다른 환자는 찬송 부르다가 성령 체험 후 “예수 믿겠다”며 그 자리에서 정 목사에게 영접 기도를 받은 적도 있다. 2000년부터 보훈병원교회를 섬기는 김판자(86) 권사는 고엽제 중독 환자다. 김 권사는 “하나님의 은혜로 살고 있다. 아파도 감사, 사고가 나도 감사, 늘 감사함으로 살고 있다. 이 나이에 바라는 것도 없고 보훈병원에 있다는 것으로 감사, 시력이 나빠지고 인지능력이 떨어져도 감사하며 살고 있다”고 말했다. 또 “우리 목사님은 살아계시는 하나님의 말씀을 상세히 풀어 말씀해주시니 은혜가 넘친다”며 정 목사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였다. 김번일 집사는 “남편이 고신대병원 중환자실에서 임종 전, 정 목사가 휴대폰으로 임종기도 후 고개를 끄덕이고 하늘나라로 갔다”며 당시의 감동을 전했다.
다음달 2일 부산보훈병원교회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부산지방보훈청 주최로 제39회 국가유공자 나라사랑기도회를 개최한다. 정 목사가 사무총장으로 있는 (사)한국보훈선교단 부산지부에서 불우이웃 6명에게 장학금을 전달한다.
부산=글·사진 정홍준 객원기자 jong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