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5·18 구묘역 성역화 사업이 제 궤도에 올랐다.
5·18 사적 24호인 제1시립망월묘지 3묘원(구묘역)을 참배객이 너나없이 찾는 공간으로 되돌리고 인접한 국립5·18민주묘지와 버금가는 수준으로 자리매김하는 게 목표다.
광주시는 “5월 단체와 시민단체, 공무원, 시의원 등으로 구성한 추진협의체가 5·18 구묘역을 국민적 민주성지로 조성하기 위한 구체적 사업방안 논의에 들어갔다”고 24일 밝혔다.
성역화 사업은 망월묘지로 불리는 3묘원을 국립묘지와 지하보도로 이어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외된 구묘역을 참배객의 품으로 돌려주는 게 골자다. 총예산은 98억원 수준이다.
1980년 5·18 당시 모습대로 원형 복원하는 방안과 국립묘지와 별도 추모관을 건립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향후 민족민주열사희생자 추모단체 등 시민사회의 여론 수렴을 거쳐 합리적 결론을 내릴 방침이다.
‘망월동 묘지’으로 불리는 구묘역은 신군부의 총칼에 숨진 1980년 민주화운동 희생자들이 비닐과 천에 둘둘 말린 채 손수레와 청소차에 실려 와 처음 묻혔던 곳이다.
당시 광주시민들은 공포와 분노에 떨면서도 훼손된 주검을 직접 옮겨와 망월동 시립묘지 입구 왼쪽에 하나둘 차례대로 안장했다.
1997년 국립5·18민주묘지 승격에 따라 묘가 이장된 이후에는 1987년 6·10민주항쟁 과정에서 산화한 연세대생 이한열과 물대포에 맞아 숨진 농민 백남기 등 52명의 민주열사가 잠들어 있다.
시는 지난해부터 성역화 사업을 추진했으나 민족민주열사 유가족협의회 등 관련 단체의 의견수렴 과정이 없었다는 ‘졸속 추진’ 논란이 제기되면서 제동이 걸렸다. 단순히 5·18묘지를 확대하는 데 그친다는 것이다.
광주시의회도 예산심의에서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5·18 구묘역 성역화 사업 용역비 대부분을 삭감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추가경정 예산에 관련 용역비 3억9000만원이 그대로 반영돼 성역화 사업 추진에 탄력을 받게 됐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그동안 춥고 초라하게 방치된 1980년 당시 망월동을 외롭지 않게 만들고자 한다”며 “각계 여론을 토대로 보완을 거쳐 참배객이 빠짐없이 찾는 곳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