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5G 거짓광고’ 과징금 폭탄…일각 “정부도 책임”

입력 2023-05-24 13:41 수정 2023-05-24 14:48
이동통신 3사 로고. 연합뉴스

이동통신 3사가 신상품인 5G에 대해 ‘4G(LTE)보다 최고 20배 빠르다’는 취지로 광고했다가 정부로부터 수백억원대 과징금 폭탄을 맞게 됐다.

이통 3사가 내세운 ‘20배 5G’는 28㎓ 주파수 대역에서 이뤄지는데, 최근 이들은 사실상 이 대역 사업에서 손을 뗐다.

이에 따라 5G 상용화 이후 이통 3사가 28㎓ 주파수의 우월함을 앞세워 5G를 광고해온 것은 ‘거짓·과장 광고’에 해당한다는 게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이다.

그러나 이통 3사 일각에서는 정부도 5G 상용화 과정에서 ‘20배 5G’를 내세워 홍보 효과를 누렸다는 점에서 “정부도 책임이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공정위는 이통 3사가 5G 속도를 거짓·과장, 기만적으로 광고하고 자사의 5G 서비스 속도가 가장 빠르다고 부당하게 비교 광고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336억원(잠정)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24일 밝혔다.

역대 표시광고법 위반 사례 가운데 두 번째로 큰 규모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통 3사는 2017년부터 자사 홈페이지, 유튜브 등에서 5G 서비스 속도가 20Gbps(초당 기가비트)에 이르는 것처럼 광고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동통신 3사의 5G 서비스 속도 부당 광고행위 제재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20Gbps는 기술 표준상 목표 속도였을 뿐 현실화되지 못했다.

실제 2021년 이통 3사의 평균 5G 전송 속도는 0.8Gbps로 목표치 대비 25분의 1에 그쳤다. LTE 속도와 비교하면 3.8∼6.8배 수준이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는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결정에 대해 “의결서를 받는 대로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해 대응 여부 등을 검토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물밑에선 적극적으로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다.

5G의 빠른 속도를 강점으로 내세웠던 것은 통신사나 통신 당국이나 마찬가지였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의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축하하며 “기존 4G보다 속도는 20배, 연결할 수 있는 기기는 10배 늘어나고 지연속도는 10분의 1로 줄어든 넓고, 체증 없는 ‘통신 고속도로’가 바로 5G”라고 소개한 것이 대표적이다.

한편 이통 3사는 28㎓ 주파수가 가진 한계를 이유로 이달 말 SK텔레콤을 끝으로 28㎓ 대역에서 사실상 손을 뗀다.

이 대역에서는 주파수가 장애물을 통과하기 힘들어 촘촘한 기지국 장비 구축이 필요한데, 이럴 경우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이통 3사가 공정위 과징금 부과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행정소송에 나설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