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국가정보원장 재임 시절 채용비리 의혹이 제기된 박지원 전 국정원장과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관련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두 사람의 자택과 국정원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에 나섰다.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24일 오전 직권남용 및 업무방해 혐의를 받는 박 전 원장과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의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자택 압수수색은 오전 10시쯤 종료됐다.
경찰은 서울 서초구 소재 국정원 내 국정원장 비서실장실과 기획조정실 등에도 수사관을 보내 두 전직 원장의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된 자료를 확보하는 등 추가 압수수색에 나섰다.
박 전 원장과 서 전 실장은 각각 국정원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자신들의 측근 인사를 국정원 산하 연구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에 채용되도록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박 전 원장의 경우 2020년 8월 강모 전 목포시의원, 박모 전 비서관 등 자신의 국회의원 시절 측근 보좌진 2명을 추천·서류심사·면접 등 절차를 거치지 않고 연구위원으로 채용되도록 개입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이들은 박사 학위와 연구 경력을 요하는 수석연구위원 및 책임연구위원으로 임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박 전 원장 측은 채용 과정에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박 전 원장은 압수수색이 종료된 지 약 5시간 만에 자신의 SNS를 통해 “아침 7시부터 30분간 경찰에게 압수수색을 당했다”며 “압수물품은 휴대전화 한 대이며 다른 물품·서류는 한 건도 없다. 앞으로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서 전 실장은 2017년 8월 연구원 채용 기준에 미달한 조모씨를 연구기획실장으로 채용하도록 한 혐의를 받는다. 서 전 실장은 조씨의 채용을 위해 전략연 인사 복무규칙 변경을 지시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이렇게 입사한 조씨는 전략연 공금을 횡령한 정황이 드러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검찰은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고 보고 조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는데, 법원은 방어권 행사가 필요하다며 전날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조씨는 2020년 10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연구원 소유 건물 내 사무실에 외부인을 초청해 ‘술 파티’를 벌인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경찰은 압수물 분석 이후 청탁 대상자로 의심되는 사람과의 관계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두 사람을 현재까지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진 않았다.
국정원은 올해 초 자체 감사 중 해당 의혹을 포착하고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