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불법전력 단체, 출퇴근 도심 집회 신고 제한”

입력 2023-05-24 09:22 수정 2023-05-24 12:59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공공질서 확립과 국민 권익 보호를 위한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과 정부가 불법 전력이 있는 단체가 집회·시위 개최 계획을 신고할 경우 이를 허가하지 않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여당은 최근 도심에서 벌어진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노숙 도심 집회’를 계기로 불법 집회·시위에 강경대응 기조를 보여왔는데 그 연장선상에서 실질적인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당정은 24일 국회에서 ‘공공질서 확립과 국민 권익 보호를 위한 당정협의회’를 열어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당에서는 윤재옥 원내대표, 이철희 사무총장 등이 참석하고 정부에서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한창섭 행정안전부 차관, 윤희근 경찰청장 등이 자리했다.

윤 원내대표는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우선 가칭 ‘공공질서 확립과 국민 권익 보호 TF’를 총리실에서 일정 기간 운영해서 이번 노숙 집회라든지 여러 가지 도심 집회로 국민 불편을 초래하고 불법이 만연하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대책을 검토하는 것으로 정리했다”고 말했다.

윤 원내대표는 “불법 전력이 있는 단체가 이번 집회와 같이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 집회·시위에 한해 제한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출퇴근시간대 주요 도심 도로상에서 개최하는 집회·시위는 역시 신고단계에서 제한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모였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금 현장에서 집시법 위반 사례가 만연해 법대로 집회 시위가 열리지 못하고 있다”며 “야간 문화제를 빙자한 집회나 편법·불법 집회에 대해서도 법의 취지에 맞게 적극적으로 해석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윤 원내대표는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1박2일 노숙 시위에 대해 “노숙 자체가 단순히 잠을 자는 문제가 아니고 집회·시위의 연장으로 보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헌법재판소가 2009년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이후 옥외 집회 또는 시위를 할 수 없다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10조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이후 후속 입법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사실상 “야간 옥외 집회에 관한 법 조항이 유명무실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 원내대표는 자신이 발의한 0시~오전 6시 집회·시위 금지법안 처리를 위해 야당과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윤 원내대표는 5~10㏈(데시벨) 정도 소음 기준을 강화하는 과거 권영세 의원 안을 언급하며 “사생활 평온을 침해하는 유형의 소음도 집회·시위 소음규제에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또 “정당한 공권력 행사를 위축시키는 지난 정부의 매뉴얼이나 현장의 잘못된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며 “공권력 행사로 현장 공직자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보호할 수 있는 여러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철규 사무총장은 “민노총은 경찰이 오후 5시 집회를 허용하지 않았는데도 노숙 집회를 이어갔다. 경찰은 이를 제지하지도 못한 채 지켜봐야만 했다”며 “공권력이 이렇게 처참히 붕괴된 것은 문재인정부의 친(親)시위대 정책이 빚은 참사”라고 비난했다.

이 총장은 “이제 비정상의 공권력을 정상으로 돌려놔야 할 때”라며 “국민의힘은 불법이 난무하고 정당한 공무집행에 대해 부당한 침해가 일어나는 것을 수수방관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2023년 대한민국에서 합법적으로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집회·시위의 자유는 충분히 보장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우리 정부는 그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합법적인 한에서는 최대한 보장하고, 오히려 권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장관은 “다만 합법이 아닌 불법 집회는 시민의 일상과 안전을 위협하는 것”이라며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국민은 불법 집회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방치하는 정부와 불법을 단호히 막고 책임을 묻는 정부 중 후자를 선택했다. 저는 이 상황에 대한 대처로써 국민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보여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법무부와 검찰은 법과 원칙에 따른 엄정 수사라는 기조를 유지하며 불법 집회 반복의 악순환을 근절시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강민 기자 riv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