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미국 반도체지원법 보조금 수령 기업의 중국 내 반도체 생산능력 확장 범위 확장을 요청했다. 반도체산업협회 등 미국 이익단체들은 확장 기준을 두 배 늘리거나, 아예 없애 달라고 요구했다.
23일(현지시간) 미국 정부 관보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반도체법 가드레일(안전장치) 조항 세부 규정안에 대한 공개 의견서에서 “이 조항을 미국에 투자하는 기업에 부당한 부담을 주는 방식으로 이행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규정 중 ‘실질적인 확장’과 ‘범용 반도체’ 등 핵심 용어의 현재 정의를 재검토할 것을 요청한다”고 권고했다.
한국 정부는 또 우려 기업과의 공동 연구나 기술 라이선싱(특허사용계약) 때 보조금을 반환하는 ‘기술 환수’(technology clawback) 조항의 대상을 명확히 해달라고 요구했다
한국 정부는 “미국 정부가 가드레일 조항에 대한 세부 규정을 확정할 때 한국 측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줄 것을 요청한다”며 “한국은 반도체법 시행과 관련해 미국 정부와 지속해서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해 나가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표명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미국 정부는 지난 3월 반도체법 가드레일 조항을 공개하며 의견 수렴절차를 진행해 왔다. 가드레일 규정안은 보조금을 받은 기업이 향후 10년간 중국 등 우려 국가에서 반도체 생산능력을 실질적으로 확장하는 중대 거래를 하면 보조금 전액을 반환하도록 했다. 실질적 확장의 범위는 첨단 반도체의 경우 5% 이상, 범용 반도체의 경우 10% 이상으로 지정했다.
워싱턴 소식통은 이에 대해 “한국은 구체적으로 수치를 제시하지는 않았다”면서도 “실질적인 확장을 재검토해달라는 건 증산 범위를 늘려달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반면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는 실질적 확장의 기준을 10%로 늘려달라고 구체적으로 요구했다. 또 기존 생산장비의 업그레이드나 교체는 실질적 확장으로 간주하지 않을 것도 요청했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 역시 의견서에서 기업이 기존 시설을 기술적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확장의 정의를 5%에서 10%로 높여야 한다고 요청했다.
한국 반도체산업협회(KSIA)도 “가드레일의 특정 조항은 법이 의도한 강력한 미국 투자를 방해하고, 다국적 반도체 생산업체에 부당한 장애물을 만들 것”이라는 의견을 보냈다. KSIA는 “상무부가 (보조금 심사 때) 기술이나 기밀 정보를 요구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기업과 기밀유지협약(NDA)을 체결할 것을 요청했다.
KSIA는 또 특허사용계약은 ‘기술 환수’ 조항의 ‘공동 연구’에서 제외해달라고 했다. 협회는 우려국과 특허사용계약을 막으면 반도체 생태계에 필요한 일상적인 사업 거래에 지장을 주고 반도체법 보조금을 받는 기업을 전략적으로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한다고 지적했다. 또 반도체법 보조금 지급 이전에 체결한 계약에 따라 진행한 공동 연구 등 활동은 허용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KSIA는 ‘외국 우려 단체’의 정의를 수출통제명단에 포함된 기업 등으로 좁혀야 한다는 권고도 했다.
상무부는 전날 의견 접수를 마감했으며 앞으로 관련 내용을 검토해 연내에 확정된 규정을 발표할 계획이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