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비싸지고 부산 싸지고… 전기료 지역별 차등 논란

입력 2023-05-24 07:19 수정 2023-05-24 08:11
서울 중구 한 건물 외벽에 전력량계가 설치돼있다. 뉴시스

지역마다 전기요금을 다르게 책정하는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도입이 가시화되고 있다. 차등요금제 시행 근거를 담은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분산에너지법)이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를 많이 쓰는 수도권의 전기요금은 올리고, 발전소 인근 지역의 전기요금은 낮추는 차등요금제 활성화는 발전소가 밀집한 지방의 오랜 숙원이었다. 다만 수도권 주민들의 반발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24일 국회에 따르면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16일 전체회의에서 분산에너지법을 통과시켰다. 법은 25일 국회 본회의 통과가 유력한 상태다.

분산에너지란 대규모 원전이나 화력발전소 등을 통해 공급되는 중앙집중형 에너지에 대비되는 개념이다. 전력을 사용하는 지역이나 그 인근에서 만들어 쓰는 일정 규모 이하의 에너지를 뜻한다. 분산에너지법은 국가균형발전과 분산에너지 활성화를 위해 지역별로 전기요금을 다르게 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생산은 지방에서 하고, 소비는 수도권에서 이뤄지는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전기요금을 다르게 책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현행 전기요금은 발전소와의 거리와 관계 없이 모든 지역에 동일한 단가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이를 두고 각종 규제, 환경오염 등에 시달리는 발전소 밀집지역과 비교할 때 수도권만 혜택을 본다는 지적이 오랫동안 이어져 왔다.

실제로 관련 법안을 대표발의 한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고리원전이 위치한 부산은 발전량이 4만6579GWh(기가와트시)이지만, 소비량은 2만1494GWh에 그쳤다. 반면 서울은 발전량이 부산의 9% 수준인 4337GWh에 그치지만 소비량은 발전량의 10배가 넘는 4만8789GWh에 달했다.

2021년 기준 전력 자급률을 봐도 부산은 197.54%에 달했다. 화력·원자력 발전소가 밀집된 경남과 울산도 각각 122.8%, 93.78%로 높은 수준이었다. 반면 서울의 전력 자급률은 11.3%, 경기는 61.62%에 그쳤다. 지역에서 생산한 전력의 대부분을 서울 등 수도권이 주로 소비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에 분산에너지법은 전기판매사업자가 송·배전비용 등을 고려해 지역별로 전기요금을 다르게 정할 수 있도록 했다.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해도 차등요금제가 시행되기 까지는 1년 정도의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준비 기간 동안 구체적인 지역별 차등요금 산정 방안과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지정 세부요건 등을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차등 전기료 도입 시 수도권 지역의 반발도 예상된다. 정부 결정으로 지어진 발전소 주변의 피해를 왜 대도시 주민들이 떠안아야 하느냐는 비판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발전소 주변 지역주민에 대한 중복 지원 문제도 부상할 전망이다. 이미 이들을 대상으로 전기요금 보조 등 지원이 이뤄지고 있어서다.

세종=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