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탁구 국가대표팀 남자복식 장우진-임종훈, 여자복식 전지희-신유빈 조가 나란히 8강에 올랐다. 첫 경기에서 ‘쫄깃한’ 대역전승을 거둔 장우진-임종훈 조는 두 번째 경기는 시원하게 승리했고, 전지희-신유빈 조도 깔끔한 승리를 거뒀다.
장우진-임종훈(세계랭킹 3위) 조는 24일(한국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의 인터내셔널컨벤션센터(DICC)에서 열린 2023 국제탁구연맹(ITTF)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남자복식 16강에서 오스트리아의 로버트 가르도스-다니엘 하버손(오스트리아) 조를 3대 0(11-8 11-8 11-5)으로 꺾었다.
시작과 함께 5-1로 크게 앞선 장우진-임종훈 페어는 연이은 실점으로 6-6 동점이 됐다. 앞선 경기 1게임에서 4점 차로 크게 앞서다 역전을 당한 뒤 내리 두 게임을 내주며 위기에 몰렸던 악몽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동점은 허용하되 역전은 허용하지 않으면서 8-8이 됐고, 3점을 연달아 내며 추격을 뿌리쳤다. 2게임도 9-8 한 점 차 추격을 뿌리치고 연속 득점으로 가져왔다. 마지막 게임에서는 3-5로 뒤진 상황에서 8연속 득점을 기록하며 경기를 매듭지었다.
장우진은 “까다로운 복식 조합이고 한 번도 (경기) 해보지 않은 상대였다”며 “경기 중에 고비가 있었지만 서로 믿으면서 잘 풀어나갔던 덕에 쉽게 이기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종훈은 “고비 때마다 우진이형을 믿고 있었고, 믿고 한 만큼의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경기 소감을 밝혔다.
앞선 경기보다 수월한 승리를 거둔 것에 대해 장우진은 “3대 0으로 빨리 끝나면 체력적으로도 좋고, 호흡이 잘 맞았다는 생각이 들어 좋다”며 “이런 경기가 많으면 좋겠지만 올라갈수록 상대도 강할 것”이라고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았다.
임종훈도 “첫 경기처럼 경기가 안 풀릴 수도 있지만 오늘처럼 잘 풀린 날은 경기를 잘 풀어갔다는 것이니 기분이 좋다”면서도 “다음 경기들이 같은 양상으로 흘러가진 않을 테니 오늘은 오늘 경기에 만족하고 체력 관리 잘해서 내일 경기 준비 잘하겠다”고 말했다.
이어진 경기에서는 전지희-신유빈 조가 여자단식 16강에서 스웨덴의 린다 베리스트룀-크리스티나 칼버그 조를 3대 0(13-11 11-9 11-3)으로 꺾고 8강에 진출했다.
첫 게임은 3-8로 끌려가며 초반부터 다소 고전했다. 하지만 강한 드라이브를 꽂으며 한점씩 따라잡기 시작했고, 스웨덴 조가 제대로 수비하지 못하면서 연속 6득점으로 역전했다. 이후 11-1 듀스로 접어들었다. 전지희의 강한 드라이브를 상대가 받아친 공이 아웃되며 한 점 앞섰고, 상대 공격이 네트에 걸리며 게임을 가져왔다.
두 번째 게임은 5-7로 끌려가던 상황에서 5점을 내며 승기를 잡은 듯했다. 하지만 상대 공격을 막지 못하고, 전지희의 공격이 네트에 걸리며 한 점 차 추격을 당했다. 타임아웃을 쓴 뒤 두 선수가 이야기를 나눴고, 복귀 후 전지희의 강한 공격이 상대 수비를 맞고 테이블 멀리 뜨면서 아웃됐다. 마지막 게임에선 3-3에서 8연속 득점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전지희는 “너무 어렵게 경기를 해 정신이 좀 없다”고 웃으며 “이런 고비도 한 번 정도는 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유빈은 “까다로웠는데 언니랑 같이 잘 이겨내서 다행”이라며 “저희 목표는 여기까지가 아니라 앞으로가 더 중요하니 잘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 게임, 10-9 한 점 차 추격 상황에 대해 전지희는 “유빈이가 저한테 한마디 해준 게 컸다”며 “‘한쪽 버리고 돌아서 그냥 해’라고 했는데 이런 말에 파트너로서 힘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어 “한쪽을 버리면 한 포인트를 버릴 수도 있어서 쉽지 않다. 듀스가 될 수도 있었지만 우리가 승부가 된다고 믿어줬고, (신유빈이) 판단을 잘한 것 같다”고 말했다.
파트너를 향한 칭찬도 이어졌다. 전지희는 “유빈이가 많이 성장해 톱클래스 선수가 됐다”며 “매일 새벽부터 야간까지 연습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착실하게 잘한다. 유빈이와 같이 복식 하는 게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신유빈 역시 “제 옆에 있는 사람은 전지희”라고 추켜세우며 “언니는 실력이 좋은 선수다. 옆에 있어 주기 때문에 제가 복식하면서 어느 기술이라도 자신 있게 할 수 있다”고 화답했다.
더반=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