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예고’ 떴는데 ‘여자 화장실’이라고 안 들어간 경찰

입력 2023-05-24 05:33 수정 2023-05-24 09:38
트위터에 올라온 살인 예고 글. 작성자는 21일 “낮 12시 S여대 화장실에서 막무가내 살인을 하겠다”고 예고했다. 그는 강남역 살인사건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KBS 보도화면 캡처

서울의 한 여대 화장실에서 살인을 저지르겠다는 SNS 글이 올라와 경찰이 출동했는데, 일부 여자 화장실에 직접 들어가지 않고 학생들에게 수색을 대신 맡긴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오해를 받을까봐 그랬다”고 해명했다.

23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용산경찰서는 지난 21일 SNS에 “낮 12시 S여대 화장실에서 막무가내 살인을 하겠다”는 글이 게시됐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출동했다. 작성자는 강남역 살인사건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 살인을 예고했다.

지난 21일 서울의 한 여대에 출동한 경찰. KBS 보도화면 캡처

출동한 경찰은 S여대 모든 건물의 화장실을 확인했다. 그런데 한 건물에서는 경찰이 여자 화장실에 직접 들어가지 않고 지나가는 학생에게 “화장실에 사람이 있는지 확인해 달라”고 부탁했다. 학생이 화장실 내부를 살펴보는 동안 경찰들은 화장실 밖에서 기다렸다. 수색을 마친 학생이 “아무도 없다”고 말하자 경찰은 “고맙다”며 자리를 떠났다.

경찰로부터 여자 화장실 수색을 부탁받은 학생. SBS 보도화면 캡처

이 학생은 이후 친구로부터 학교에 살인 예고 글이 올라와 경찰이 출동했다는 얘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 자칫 살인을 예고한 흉악범과 직접 마주할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 학생은 학교 게시판에 자신이 겪은 황당한 일을 올려 사건이 뒤늦게 알려졌다.

논란이 커지자 경찰은 “해당 경찰관들의 행동이 미숙했다”며 잘못을 시인했다. 그러면서 경찰은 “36개 건물 화장실을 모두 수색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35개 건물엔 여자 경찰이 있었는데 도서관 건물엔 두 명의 남자 경찰밖에 없어 오해를 받을까봐 그렇게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남경이 여자 화장실에 들어가면 인권 침해의 소지가 있어 부득이 대처했다”고도 덧붙였다.

경찰은 이날 오후 서울 송파구에서 살인 예고 글을 올린 남성의 신병을 확보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