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펜타곤 근처에서 폭발이 일어난 것처럼 보이는 사진이 한동안 온라인상에서 확산되며 혼란을 빚었으나 인공지능(AI)으로 만든 가짜사진으로 판명됐다. 그러나 이로 인해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지수가 하락하며 미국 금융시장이 잠시 출렁이는 등 영향을 받았다.
22일(현지시간) 미국 NBC 방송·AP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국방부 청사 근처에서 폭발이 발생했다는 내용을 담은 가짜 사진이 트위터에 돌았다.
이 사진엔 국방부 청사와 닮은 직사각형 건물 주변에 검은 연기 기둥이 치솟는 모습이 담겼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사진은 가짜인 것으로 드러났다. 버지니아주 알링턴 소방서는 “펜타곤이나 그 근처에서 발생한 폭발이나 사건은 아예 없다”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이 사진이 AI로 만들어졌다는 흔적이 뚜렷하다고 주장했다. 자세히 보면 AI가 이미지를 생성하는 과정에서 건물 앞의 서로 다른 담장이 변형되고 뒤섞인 흔적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NBC는 이 가짜 사진이 이날 오전 8시42분 ‘@CBKNews121’라는 계정에서 가장 먼저 공유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 계정에선 미국 내 음모론자들과 관계가 있는 여러 아이콘과 대표적 음모론 단체인 큐어넌에 대한 지지가 목격됐다.
이 게시물은 다른 계정을 타고 급속도로 확산했다. 오전 10시 3분 영문으로 작성되는 러시아의 해외 선전매체인 RT가 “펜타곤(미국 국방부 청사) 근처에 폭발 보도가 있다”고 트윗했다.
트위터에서 팔로워 65만명을 거느리고 주로 블룸버그 통신의 헤드라인을 트윗하는 경제뉴스 인플루언서도 오전 10시6분쯤 “펜타곤 근처에 대형 폭발”이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이후 이를 삭제됐지만, 이미 수백명이 리트윗을 한 상태였다.
팔로워 160만명을 보유한 월가의 유명 블로거 ‘제로헤지’도 “펜타곤 근처 폭발”이라는 설명과 함께 사진을 게시했다가 지웠다.
블룸버그 통신과 전혀 관계가 없는 ‘블룸버그 피드’ 등 가짜뉴스 제조단체들도 사진을 퍼뜨리는 데 가세했다.
더구나 가짜 사진을 최초 유포한 계정을 포함해 다수의 트위터 계정들이 ‘유료 사용자 공식계정 인증’을 받은 계정이었다. 머스크의 새 정책 ‘트위터 블루’에 따라 8달러를 지불한 계정엔 공식 계정이라고 인증하는 블루 체크가 부여된다.
사진이 유포되는 동안 실제 피해도 생겼다. 일부 투자자들은 불안함을 느끼면서 미국 금융 시장은 일시적으로 출렁거렸다. 오전 9시30분에 개장하는 미 증시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이날 오전 0.3% 정도 떨어졌다가 회복했다.
위기 상황 투자자들이 피신하는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와 금의 가격은 반대로 잠시 상승했다. 이는 시장에 큰 우려가 나타날 때 보이는 전형적 현상이다.
당국이 개입에 나선 것은 최초 사진이 유포된 후 약 2시간 뒤인 오전 10시27분쯤이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가짜 사진 확산에 다소 황당한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디지털조사업체 벨링캣의 조사관인 닉 워터스는 “사진을 두고 허둥지둥한 게 아예 납득이 되지 않는다”면서 “이 사진에는 상당히 많은 위험 신호가 있다. 사진이 찍힌 곳은 실제하는 장소가 아니고 워싱턴DC 어느 곳에도 그런 건물은 없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는 AI가 생성하는 가짜뉴스에 대한 우려를 확인시킨 사례기도 하다. AP통신은 전문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번 사태에서 점점 섬세해지고 접근하기 편한 프로그램이 일상에 미칠 수 있는 혼란을 부각시켰다”고 지적했다.
이강민 기자 riv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