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안교회(양병희 목사) 초등1부 김예진 어린이(11)는 지난 어린이날 부모님으로부터 용돈을 받았다. 용돈으로 뭘 살까 고민하던 중에 교회에서 어려운 이웃을 위한 ‘사랑의 박스’를 마련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갖고 싶던 물건을 사는 대신 김 어린이는 용돈을 고스란히 모금함에 넣었다.
김 어린이와 같은 교인들의 마음이 사랑의 박스로 만들어져 지역의 미혼모와 소년소녀가장, 독거노인 등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영안교회는 23일 전달식을 갖고 관할구청인 중랑구에 사랑의 박스 400개를 전달했다. 이날 전달식에는 류경기 중랑구청장과 인근 동장들이 참석했다. 교회가 마련한 사랑의 박스는 개당 12만원 상당으로 간편 조리식품을 비롯해 다양한 생필품으로 구성됐다. 사랑의 박스 마련을 위해 교회는 약 5천만원을 지출했다.
사랑의 박스는 구청을 통해 전달된다. 교회가 직접 전달할 수도 있지만 지역의 상황을 잘 아는 구청을 통해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이날 전달식에서 류경기 중랑구청장은 구민을 대표해 감사를 전했다. 류 구청장은 “영안교회가 교회를 넘어 지역사회를 향한 은혜를 베풀어주셨다”며 “이런 사랑이 따뜻한 중랑을 만드는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류 구청장은 또 “영안교회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어려운 이웃에게 쌀도 주시고 청소년을 위해 장학금도 주시는 고마운 교회”라며 “중랑구에 영안교회가 있다는 것이 큰 복”이라고 덧붙였다.
영안교회 양병희 목사는 “우리 주변에는 가정의 달에 더 외로운 이웃들이 있다”며 “그리스도께 받은 사랑을 흘려보내기 위해 사랑의 박스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양 목사는 또 “감사하게도 많은 성도가 십시일반 동참해서 400박스를 준비할 수 있었다. 어린이날 받은 용돈을 드린 교회학교 학생도 있고, 오히려 도움을 받아야 하는 어려운 성도들이 마련한 사랑의 박스도 상당수 있다”며 “이렇게 멋진 성도들과 43년째 목회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행복하다”고 말했다.
양 목사는 “사랑의 박스가 전달되는 가정마다 예수 그리스도의 따뜻한 생명이 전해지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글·사진=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