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쩍 온 여름, 역시즌 상품 판매도 당겨졌다…시즌과 역시즌이 동시에

입력 2023-05-23 18:20
신세계백화점이 지난 1일부터 SSG닷컴에서 역시즌 할인 행사를 통해 판매하고 있는 블랙야크 아우터. 신세계백화점 제공

주부 박모(58)씨는 최근 겨울용 알파카 코트를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장만했다. 박씨는 “지난 1월쯤부터 베이지색 코트가 눈에 들어왔는데 겨울에 사면 손해 보는 기분이라 날씨가 더워질 때까지 참았다”며 “여름에 사면 할인폭이 커지는데 올해는 조금 더 일찍 세일을 하더라”고 말했다.

빨리 시작된 무더위에 역시즌 할인 행사도 예년보다 앞당겨졌다. 더위를 피하기 위한 냉감 상품과 겨울을 대비하는 방한용품이 동시에 많이 팔려나가고 있다. 지난해 11월이 따뜻했던 탓에 재고 처리를 위해서라도 올여름 역시즌 할인 행사가 더욱 활발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1~21일 ‘아웃도어 역시즌 할인 행사’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1.2% 뛰었다고 23일 밝혔다. 신세계백화점은 SSG닷컴에서 다음 달까지 인기 아웃도어 브랜드의 겨울 상품을 최대 70% 할인 판매한다. 롯데백화점의 역시즌 행사 ‘메가 다운 위크’도 반응이 뜨거웠다. 인기 상품인 ‘코오롱스포츠 안타티카’의 인기 컬러는 일찌감치 품절됐다.

여름이 빨리 찾아오면서 역시즌 할인 행사도 일찍 시작하는 추세다. CJ온스타일은 지난 22일 ‘셀렙샵 에디션’ 방송에서 겨울 상품인 ‘유럽 램스킨 재킷’을 선보였다. 역시즌 상품의 매출은 기온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홈쇼핑에서는 통상 6월 중순쯤 편성한다. 올해는 편성이 한 달가량 앞당겨졌다. 신세계백화점 역시 예년보다 한 달 일찍 역시즌 행사를 시작했다.

온라인에서도 역시즌 상품의 인기가 뚜렷하게 확인된다. 지난 1~22일 G마켓의 남성 패딩·다운코트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63% 늘었고, 여성 퍼·패딩부츠 매출은 294% 뛰었다. 같은 기간 여성 패딩 조끼의 매출 신장률은 704%에 달한다.

올해 여름은 역시즌 할인 상품 물량이 많을뿐더러 할인폭이 클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방한용품은 11월에 가장 많이 판매되는데, 지난해 11월 기온이 평년보다 높아 패딩 등 겨울 상품의 재고가 많이 남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평균 기온은 12.5도로, 1973년 관측 이래 아홉 번째로 높은 기온을 기록했다.

역시즌 상품뿐 아니라 ‘여름 시즌 상품’ 구매 시기도 당겨졌다. GS샵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서 이달(1~21일) 냉감 소재로 만든 침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8% 증가했다. 한낮 기온이 30도를 넘은 지난 16일부터 21일까지 냉감 침구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3% 늘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역시즌 패션 상품 판매는 패션 업계의 비수기 극복을 위한 하나의 뉴노멀로 자리 잡았다”며 “이른 더위에 냉감 상품은 물론이거니와 역시즌 상품 수요도 증가하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구정하 기자 g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