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찰단, 후쿠시마 원전 들어갔다…오염수 저장·정화시설 집중 점검

입력 2023-05-23 17:51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시찰단장을 맡은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장이 22일 일본 외무성에서 도쿄전력 관계자들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시찰 항목을 확인하기 위한 기술 회의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정부가 일본에 파견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시찰단이 23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 들어가 본격적인 현장 시찰을 진행했다. 시찰단은 이날 오전부터 제1원전에 투입돼 오염수 처리의 핵심 설비로 꼽히는 오염수 저장 시설 ‘K4탱크’와 정화 시설 ‘다핵종제거설비(ALPS)’의 설치 상태 및 기능을 점검하는 데 집중했다.

ALPS의 경우 오염수 내 방사성 핵종이 일본의 설명대로 제대로 제거되는지를 확인하는 게 핵심이다. 일본 기업이 자체 개발한 ALPS는 세슘과 스트론튬 등 62종의 방사성 물질을 침전, 흡착 방식을 통해 제거한다.

시찰단은 ALPS의 흡착탑 등 중요 설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ALPS의 계통 구성이 어떤지 등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봤다. 전날 ALPS 전후 농도분석에 대한 원자료를 요청한 시찰단은 일본 측으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와 비교·대조하며 현장을 살폈다.

K4탱크군도 주요 시찰 대상이다. ALPS를 통해 정화된 오염수를 K4탱크에 모은 뒤 오염수를 섞는 ‘균질화’ 과정을 거친다. 균질화 후 오염수 샘플을 채취해 방사능 농도가 일본 자체 기준보다 낮으면 바닷물을 섞어 삼중수소 농도를 낮춘 뒤 방류한다는 계획이다.

K4탱크군이 오염수의 안전성을 체크하는 사실상 마지막 단계인 만큼 시찰단은 펌프 등 순환기기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샘플은 어떻게 채취하는지 등을 살펴보면서 현장에 동행한 일본 경제산업성과 도쿄전력 측으로부터 설명을 들었다. 시찰단은 또 오염수 이송 설비의 긴급차단밸브와 방사선 감시기 설치 상태를 점검하고, 운전제어실을 찾아 유량계와 경보창 구성 등을 확인했다.

시찰단은 현장 시찰 이틀째인 24일에는 오염수를 분석하는 화학분석동을 방문해 어떤 절차에 따라 핵종을 분석하는지, 분석 시 어떤 장비를 쓰는지 등을 점검할 계획이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한국 시찰단 관련 질문에 “이번 시찰을 통해 한국 내 ALPS 처리수 해양 방류의 안전성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도록 노력해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일치한 내용에 근거해 투명성 높은 정보를 내놓아 (오염수 방류에 대한) 국제사회의 이해를 높이는 대처를 해나갈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G7 정상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독립적인 검증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노무라 데쓰로 농림수산상은 각의(국무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이번 시찰은 처리수(오염수)의 조사가 중심이라고 들었지만, 그것에 더해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제한 해제에 대해서도 부탁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시찰은 오염수 처리 시설이 제대로 돼 있는지를 보는 것이고, 이 오염수가 방류돼 쌓였을 때 농수산물에 미치는 영향은 확인된 게 없으므로 시찰과 수산물 수입 재개는 별개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