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23일 김영삼·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을 잇달아 추도했다.
보수·진보 진영을 대표하는 두 전직 대통령을 추모하면서 국민통합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다.
김 대표는 이날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진행된 노 전 대통령 서거 14주기 추도식에 참석했다.
김 대표는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대한민국 전직 대통령에 대한 흑역사를 이제 끊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어 “저는 잘 아는 것처럼 바로 직전 대통령으로부터 엄청난 박해를 받았던 피해 당사자이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정치 선진화를 위해서는 더이상 전직 대통령에 대한 흑역사가 반복돼선 안 된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그런 면에서 노 전 대통령에 대해 생각과 철학이 다르다 하더라도, 대한민국 전직 대통령으로서 예우하고 그에 대한 존중의 뜻을 표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추도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대신, 이진복 정무수석을 통해 추도 메시지를 노 전 대통령 측에 전달했다.
김 대표는 노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가 도착하자 고개 숙여 인사하면서 잠시 대화를 나눈 뒤 악수했다.
김 대표는 권 여사에게 “건강 잘 챙기시라”고 전했고, 권 여사는 “찾아주셔서 감사하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문재인 전 대통령과도 웃으며 악수했다.
김 대표가 추도식장에 도착하자 “김기현 물러가라”, “여길 뭐하러 왔느냐” 등의 외침이 들렸으나 큰 소란이 벌어지지는 않았다.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과 박성민 전략기획부총장 등도 추도식에 참석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2020년 노 전 대통령 11주기 추도식부터 해마다 추도식에 참석해왔다.
김 대표는 앞서 오전에는 경남 거제에 있는 김 전 대통령의 생가를 방문했다.
김 대표는 생가 방문 직후 기자들을 만나 “우리 당의 뿌리를 이뤄 온 김 전 대통령의 뜻을 다시 한번 새겨보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전 대통령은) 하나회를 척결하고 금융실명제·부동산실명제·공직자 재산 등록과 같은 과감한 개혁들을 앞장서서 실천해서 오늘의 자유로운 대한민국, 공정한 나라를 만드는 데 누구보다 큰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아버지가 1960년에 경상도 도의원을 하셨는데, 그때 (김 전 대통령과) 소속이 같은 당이었고, 김 전 대통령과 같은 정치 행보를 해 왔다”며 부친과 김 전 대통령의 인연을 소개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방명록에 ‘특권과 반칙을 청산하는 과감한 개혁으로 나라를 정상화시킨 김 대통령님의 뜻을 승계하여 공정과 상식이 살아 숨 쉬는 대한민국을 만들겠습니다’라고 썼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