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에서 유치원생이 작품을 만지려다 깨뜨리는 사고가 발생했으나 해당 작품을 만든 조각가는 오히려 아이와 부모에게 위로를 전했다는 사연이 SNS를 통해 알려졌다.
시인 류근(57)씨는 지난 22일 페이스북에 ‘엄마와 함께 온 꼬마가 전시 중이던 조소 작품을 깼습니다’라며 김운성 작가의 작품 파손 소식을 전했다.
이 사고는 지난 20일 오후 1시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4주기 추모전 ‘사람 사는 세상’이 열리던 서울 종로구 혜화아트센터 제1전시관에서 벌어졌다.
파손된 작품은 ‘중력을 거스르고’라는 제목의 조각으로, 희망을 상징하는 새싹을 형상화한 작품이었다. 김 작가의 작품을 깨뜨린 이는 엄마와 함께 전시회를 찾은 유치원생 남자아이였다.
센터 측에 따르면 아이가 고의로 작품을 민 것은 아니었다. 아이가 호기심에 만져보려던 것이 그만 작품을 바닥으로 떨어뜨리게 된 것이다.
이번 전시는 애초 판매를 위해 마련된 것은 아니었지만 작품가는 500만원으로 책정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가 발생하자 센터 측과 아이, 어머니까지 모두 당황했고 센터 측은 김 작가에게 급히 연락을 취해 파손 사실을 전했다.
이에 김 작가의 반응은 모두를 놀라게 했다. 그는 센터 측에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아이를 혼내지 않았으면 한다”며 “변상(이나) 보상 생각은 안 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작품이 파손되고 부모님과 아이의 충격이 있었을 거라 생각된다”면서 “작가가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해 주시고 잘 이해를 시켜주시면 하는 마음”이라고 밝혔다.
김 작가는 작품에 대해 “이 작품은 많은 이상과 꿈을 가지고 성장하는 내용이며, 때론 견디고 헤쳐나가야 하는 씨앗”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바로 우리의 아이들”이라며 “작품 파손에 대해 (아이에게) 이해를 시켜주시되 혼내지 않았으면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23일 센터 측은 “사고 소식을 접한 후 작가님이 21일 밤을 새워서 깨진 작품을 다시 붙였고 이것도 작품이라며 22일 전시장에 다시 가져다 뒀다”고 전했다.
이날 엄마와 아이도 다시 전시장을 찾아 김 작가를 직접 만났으며, 아이 엄마는 김 작가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류근 시인은 이 사연과 함께 “이 일화를 접하면서 진심으로 코끝이 찡했다. 진정으로 사람을 사랑하는 예술가의 마음이 그 어느 예술작품보다 감동적으로 느껴졌다”고 전했다.
김 작가는 앞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을 제작해 알려진 인물이다.
오기영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