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14주기 추도식…‘역사는 더디다, 그러나 진보한다’

입력 2023-05-23 17:08 수정 2023-05-24 03:39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 생태문화공원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4주기 추도식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과 여야 인사들이 묵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14주기를 맞아 노 전 대통령 퇴임 후 집필한 저서 구절에서 따온 ‘역사는 더디다, 그러나 진보한다’를 주제로 열린 추도식에 여·야 정치권이 총집결했다.

23일 문재인 전 대통령은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추도식에 참석했다. 이날 추도식에는 김진표 국회의장, 한덕수 국무총리 등과 정부인사, 여·야 정치인, 일반시민 등 약 3000여명이 참석했다.

추도식에 앞서 문 전 대통령 부부와 이재명 더불어 민주당 대표, 이해찬·정세균·한명숙 전 국무총리, 김진표 의장 등 민주당 측 인사들은 권양숙 여사, 아들 노건호 씨가 오찬을 함께 했다.

약 1시간 동안 진행된 이날 오찬에서 권 여사는 이 대표에게 무궁화에 한반도 지도 및 독도를 표현한 도자기 접시와 ‘일본 군부의 독도 침탈사’ 및 ‘진보의 미래’ 등 책 두 권을 선물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4주기 추도식 참석을 위해 문재인 전 대통령 부부와 권양숙 여사가 함께 추도식장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표와 박광온 원내대표를 비롯한 더불어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오후 2시 경남 김해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인근의 생태문화공원에서 열리는 추도식에 참석했다.

노무현재단 이사장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이해찬 전 대표, 한명숙 전 총리,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김동연 경기도지사, 강기정 광주시장 등 민주당 출신 단체장들이 함께 자리했다.

이 외 김관영 전북도지사와 김동연 경기도지사, 강기정 광주시장, 김영록 전남도지사, 오영훈 제주도지사 등 현직 더불어민주당 소속 단체장들이 함께 추도식에 참석했다.

참여정부에서 경제부총리를 역임한 김진표 의장은 추도사에서 “지역주의와 승자독식, 진영정치와 팬덤 정치를 넘어 우리 정치를 능력 있는 민주주의로 바로 세우겠다”며 “간절하게, 온 정성으로 정치개혁의 유업을 이루겠다”고 밝혔다.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4주기 추도식에서 아들 노건호 씨가 분향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는 “선거를 앞둔 여야가 목전의 유불리를 고심하다 이번에도 정치개혁에 실패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있다”며 “권력의 절반을 내주는 한이 있어도 꼭 정치개혁을 이루고자 했던 대통령님의 간절한 그 마음으로 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행사 참석에 앞서 페이스북에 “누군가에 대한 그리움이 앞으로 나아가는 원동력이 될 때가 있다”며 “노무현 대통령님에 대한 그리움은 고난 앞에서 우리를 다시 일어서게 만드는 힘이 됐다”고 글을 올렸다.

그는 “기득권에 맞아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되면서도 당당히 앞으로 나아갔던 그의 결기를 기억하자”며 “너무 더딘 것 같아도 또 패배감과 무력감에 다 끝난 것처럼 보여도 역사는 반드시 전진한다”고 강조했다.

박광온 원내대표도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은 겸손과 무한책임이라는 ‘노무현의 유산’을 잃어가고 있다”며 “당을 둘러싼 위기 앞에 겸허했는지 철저히 돌아봐야 진정한 쇄신이 완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23일 오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4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한덕수 총리와 이진복 정무수석, 박완수 경남지사가 추도식장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권 인사로는 참여정부에 이어 현 정부에서도 국무총리 직을 수행하고 있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참석해 추도사를 했으며 이진복 정무수석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박완수 경남지사가 참석했다.

한 총리는 “노 전 대통령님은 국정의 모든 분야에서 시대 정신을 구현하고 대한민국의 새 역사를 만들기 위해 헌신하셨다”며 “그 중 가장 힘쓰셨던 국정과제는 바로 국가 균형 발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어디서나 누구나 다 함께 잘 사는 대한민국을 꿈꾸신 뜻을 이어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의 위기를 겪는 지금 더욱 절실한 문제에 정부는 중앙의 권한을 과감히 지방에 이양하고 국가 발전의 축을 지역 중심으로 전환 하겠다”고 말했다.

김기현 대표는 봉하마을을 찾아 전직 대통령 흑역사를 이제는 끝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경남 거제시 김영삼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그는 “대한민국 정치 선진화를 위해 더 이상 전직 대통령에 대한 흑역사가 반복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노무현 전대통령 묘역 인근 생태공원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4주기 추도식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그는 “그런 면에서 노 전 대통령에 대해 생각과 철학이 다르다 하더라도 대한민국 전직 대통령으로서 예우하고 그에 대한 존중의 뜻을 표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 한다”고 덧붙였다.

창원=강민한 기자 kmh010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