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시험인데…609명 답안지 채점 전 파쇄 ‘황당 실수’

입력 2023-05-23 16:02
23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어수봉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가운데)과 임직원들이 지난달 23일 서울 은평구 연서중학교에서 시행된 '2023년도 정기 기사·산업기사 제1회 실기시험' 답안지 파쇄사고와 관련해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채점도 하지 않은 609명의 국가자격시험 답안지가 공공기관의 실수로 파쇄되는 일이 발생했다. 시험을 주관한 공단은 응시자들에게 후속 대책을 설명하고 책임자를 문책하는 등 엄중 조치한다는 입장이다.

23일 고용노동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지난달 23일 시행된 ‘2023년 정기 기사 산업기사 제1회 실기시험’의 필답형 답안지 중 일부가 착오로 파쇄된 사실을 파악했다”고 밝혔다.

이번 시험은 전국적으로 15만1797명 응시한 가운데 치러졌다. 문제가 된 건 서울 은평구 연서중학교에서 시험을 본 건설기계설비기사 등 61개 종목의 수험자 609명의 답안지다.

이날 시험 종료 후 이들의 답안지는 포대에 담겨 공단 서울서부지사로 운반됐다. 그런데 이후 인수인계 과정에서 착오가 발생해 이 포대가 공단 채점센터로 옮겨지지 않고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파쇄된 답안지 당사자인 609명의 응시자는 한 달이 지나도록 이 같은 사실을 모른 채 결과를 기다려 온 것으로 전해졌다.

공단의 황당 실수에 600명 넘는 수험생들이 한번 더 시험을 치러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공단은 609명 전원에게 개별 연락 후 사과하고 다음 달 1∼4일 추가시험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 경우 당초 예정된 합격자 발표일인 6월9일 시험 결과를 알 수 있다.

이날 재시험을 볼 수 없는 수험자는 20여일 뒤인 6월 24∼25일에 시험을 치를 수 있다. 이들은 같은 달 27일에 합격자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공단은 수험자의 공무원시험 응시 등 이후 자격 활용에 불이익이 없도록 추가 조치하는 한편 책임자를 문책하는 등 엄중히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국가기술자격 시행 프로세스 전반에 대해서도 재점검할 방침이다.

한국산업인력공단 어수봉 이사장은 이날 오전 긴급 브리핑을 갖고 “국가자격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담보해야 할 공공기관으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한 점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공단 관리 소홀로 시험 응시자 여러분께 피해를 준 점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강민 기자 riv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