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순복음교회(이영훈 목사)가 지난 65년간 줄기차게 펼쳐온 강력한 오순절 성령운동은 한국교회의 부흥을 주도했다. 나아가 침체한 서구교회를 일깨우며 한국을 일약 복음 전파의 중심지로 만들었다. 현재 남미와 아프리카, 아시아 곳곳에서 움트는 부흥의 씨앗은 여의도순복음교회가 펼친 성령운동에서 비롯됐다는 평가도 받는다.
올해로 교회 창립 65주년을 맞은 여의도순복음교회가 23일 이처럼 지난 교회의 역사를 돌아보며 미래 부흥 방안을 모색하는 창립 기념 학술제를 열었다. 한세대학교 개교 70주년 기념을 겸해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 바울성전에서 열린 학술제는 여의도순복음교회 국제신학연구원, 한세대가 주최했다. 주제는 ‘부흥의 역사와 미래’였다.
민경배 연세대 명예교수는 발제자로 나서 조용기 목사가 여의도순복음교회를 설립하며 펼쳐온 지난 사역을 살피며, 한국교회사 속에서 이는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분석했다.
민 교수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교계는 한국교회사를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평가한다”며 “조용기 목사가 펼친 성령 운동의 역사는 교회의 세계화를 실현했고, 전 세계를 성령으로 하나로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민 교수는 “미국의 대각성운동의 여파로 한국에 파송된 선교사들에게 영향을 받은 한국교회는 일찍부터 성령우로 인한 부흥의 신앙 구도가 생태적으로 존속했고, 1907년 ‘평양 성령대부흥’과 사경(査經)부흥회의 전통으로 정착하고 있었다”며 “그러던 것이 한국에서는 조 목사 때에 이르러 세계적인 성령 부흥의 역사가 일어나기 시작했고, 역사상 처음으로 동·서양 육대주, 공산권, 회교권에 전파됐다”고 전했다. 이어 “이는 기독교가 영원과 현재, 교회와 세계, 경건과 삶, 그 차원을 연결하는 거대하고 무궁한 실체와 거점임을 역사상 처음으로 전파·구현하는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민 교수는 조 목사가 강조한 ‘성령론’을 ‘성령인격론’으로 규정했다. 민 교수는 “곧 창조주 하나님께서 우리 일상생활에, ‘지금 여기에’ 함께 계시며 직접 말씀하시며 역사하신다는 것이다”며 “기독교가 곧 성육신(Incarnate)한 것이고, 이는 엄청난 외연력(外延力), 확장력, 팽창력을 가졌다”고 했다.
김헬렌진 미국 에모리대 교수는 여성 리더십을 존중하며 19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부흥한 여의도순복음교회의 특징에 주목했다. 그는 미래 부흥을 위해서는 세계 기독교의 다수를 점하는 여성이 부흥의 주역이 돼야 하며, 나아가 한국교회가 개인의 구원을 넘어 사회의 구원을 추구해야 한다고 봤다.
김 교수는 “이전의 한국교회는 (서구교회의) 선교지 교회로서 의존적이었지만, 1970년대 부흥을 통해 성숙하고 주체적인 교회로 성장했다”며 “다만 당시의 부흥이 개인적인 구원을 지나치게 강조함으로써 당시 사회에 팽배한 사회적 부조리와 억압구조를 변화시키는 사회적 구원에까지는 이르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이에 “1970년대의 부흥은 한국의 기독교인들에게, 특별히 여성 기독교인들에게 하나님과의 관계를 재확인하며 삶과 세상을 능동적으로 변화시킬 동기를 부여했다”며 “‘민중’이었던 한국 여성들이 1970년대 비천한 환경 속에서도 부흥의 힘을 경험했다는 점은 부흥의 미래를 계속 고민하는 우리가 부흥의 힘이 일상적인 여성의 삶에 지속해서 감동을 주고 영향을 미쳐야 함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한국교회가 다시 한번 더 진정한 부흥과 각성을 꿈꾼다면, 목회자들을 철저히 훈련하고 건전한 부흥신학을 발전시켜나갈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기독연구원느헤미야 배덕만 박사는 “과거 한국교회 부흥의 장애물은 인격적, 영적, 신학적으로 미성숙하거나 타락했던 부흥사들이었다”며 “성령의 도구로 강단에 설 목회자들을 인격적, 신학적, 영성적으로 철저히 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부흥 운동이 건강한 방식으로 선한 열매를 광범위하게 맺을 수 있도록, 올바로 교육하고 안내할 목회자와 신학자들의 책임이 긴급하고 막중하다”며 “한국교회가 부흥을 기대하고, 더욱이 그 부흥이 건강하고 온전한 대각성으로 발전하길 소망한다면, 탁월한 수준의 성령론, 부흥 운동, 영성 신학 전문가 양성이 시급한 과제다”고 덧붙였다. 배 박사는 마지막으로 한국교회, 신학교, 선교단체 등이 하나가 돼 건전한 부흥이 지속해서 이뤄질 생태계를 창조,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날 전 유럽오순절학회장 장 다니엘 플뤼스 박사도 발제자로 나서 ‘카리스마(은사 혹은 성령의 역사)와 제도, 갱신 사이의 상호작용에 관한 고찰’을 주제로 강연했다. 최재웅(한세대 교수) 한상인(광주순복음교회 담임목사) 전용란(건신대학원대 총장) 김영택 (성결대 교수) 박사는 각각의 발제에 논찬했다.
마지막으로 이영훈 목사는 학술제를 총평하며 “이번 학술제가 우리 마음에 숨겨진 부흥의 도화선이 돼 성령의 불이 타올라 계속 이어지길 간절히 소원한다”며 “사회는 절망과 불가능을 말하지만, 교회는 하나님의 절대주권을 믿고, ‘절대긍정’의 신학을 말하며 사회에 희망을 불어넣어야 한다. 성령님께서 역사하시면 타오르는 부흥의 불꽃은 누구도 막지 못할 것이다”고 전했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