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검찰도 나섰다… 레알 비니시우스 인종차별 사태 ‘일파만파’

입력 2023-05-23 14:51
레알 마드리드의 브라질 출신 공격수 비니시우스 주니어(오른쪽)가 22일(한국시간) 발렌시아의 메스타야 스타디움에서 열린 발렌시아와 35라운드 경기 중 관중들에게 인종차별을 당했다며 심판에게 호소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스페인 프로축구 라리가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수 비니시우스 주니오르(22·브라질)가 경기 중 관중에게 당한 인종차별을 호소하자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AFP 통신은 22일(현지시간) 사법 소식통을 인용해 “(비니시우스의 인종차별 사태에 대해) 스페인 동부에 있는 발렌시아 지방 검찰이 증오 범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검찰 수사와 별도로 스페인 정부 산하 스포츠 위원회도 가해자를 식별하고 적절한 처벌을 제안하기 위한 이미지 분석에 들어갔다. 스포츠 위원회는 과거 유사 사건에 대해 유죄 판결이 나온 이들에게 1년간 경기장 출입 금지와 벌금 4천유로(약 570만원)를 제안한 바 있다.

비니시우스 주니어가 22일(한국시간) 발렌시아의 메스타야 스타디움에서 열린 발렌시아와 35라운드 경기 중 관중석을 가리키며 모욕을 당한 것에 대해 반응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비니시우스는 전날 발렌시아 메스타야 스타디움에서 열린 발렌시아와 35라운드 경기 중 골문 뒤편에 앉은 홈 관중에게 인종차별을 당했다고 호소했다. 이에 심판은 경기를 10분간 중단시켰으며 경기가 끝나고 제출한 보고서에도 한 관중이 선수에게 “원숭이, 원숭이”라고 외쳤다고 기술했다. 경기가 잠시 중단된 상황에서도 발렌시아 관중들은 비니시우스를 향한 야유를 그치지 않았다. 비니시우스는 관중들과 설전을 벌이다 발렌시아 선수들과도 충돌해 결국 퇴장당했다.

비니시우스는 경기 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처음도 아니고, 두 번째도 아니고, 세 번째도 아니다. 라리가에서는 인종차별이 일상화됐다. 라리가 사무국의 대처를 보면 스페인은 인종차별 국가로 인식된다”는 글을 올렸다. 논란에 불이 붙자 23일에는 관중들의 인종차별적인 행동들이 담긴 증거 영상을 올리며 “항상 ‘분리된 사건’, ‘한 명의 팬’이 문제라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 인종차별은 스페인 여러 도시에서 널리 퍼져있다”라고 주장했다.

소속팀 레알 마드리드와 상대팀 발렌시아, 국제축구연맹(FIFA)도 비니시우스에게 연대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인종차별 공격도 증오 범죄에 해당한다. 해당 사실을 조사하고 책임을 명확하게 할 수 있도록 검찰에 사건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발렌시아 역시 성명을 통해 “구단은 가능한 모든 영상을 분석했으며, 당국과 협력하여 가능한 신속하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명확히 밝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아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축구계를 비롯한 이 사회에서 인종차별이 설 자리는 없으며, FIFA는 그런 상황에 처한 모든 선수들의 편에 서 있다”고 말했다.

비니시우스의 고국 브라질 정부도 발 벗고 나섰다. 브라질 외교부는 비니시우스가 스페인에서 반복적으로 겪은 인종차별을 규탄하며 스페인 관계 당국에 엄벌을 요구했다.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도 폐막 기자회견에서 이 사건을 언급했다.

한편 라리가 측은 그간 관계 당국과 검찰에 9건의 사건을 고발하는 등 비니시우스가 당한 인종차별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왔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가디언은 “지난 두 시즌 동안 제기된 9건의 공식 항의 가운데 대부분이 보류되었다”고 전했다. 매체는 이어 “팬들은 벌금과 경기장 출입 금지 처분을 받았지만 지금까지 경기 중 브라질 선수를 인종적으로 모욕한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된 사례는 마요르카의 팬 한 명이 유일하다”고 덧붙였다.

이누리 기자 nur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