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원 총무처럼 정해진 출퇴근 시간 없이 상주하며 수시로 일한 근로자의 경우 휴식을 방해받은 시간까지도 포함해 근로시간을 계산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고시원 총무 A씨가 고용주 B씨를 상대로 “밀린 임금 5800여만원을 달라”며 낸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동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3일 밝혔다.
A씨는 2013~2016년 서울 성동구의 한 고시원에서 상주하며 총무로 일했다. B씨에게 고시원 방 하나를 제공받고 매달 70만원 임금과 5만원 식비를 받는 조건이었다. 퇴직 무렵 위로금 명목으로 70만원을 지급받은 A씨는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임금·퇴직금 체불 진정을 냈다. 고시원 근무 기간 오전 10시부터 오후 11시까지 매일 13시간 일했는데, 합당한 대가를 인정받지 못했다는 취지였다. 반면 B씨는 A씨의 실질적 근로시간은 하루 1시간에 불과하다고 맞섰다.
노동청 근로감독관은 진정 사건을 조사한 뒤 A씨의 실질적 근로시간은 하루 4.1시간 정도라 밀린 임금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다만 A씨 월 급여를 75만원으로 산정했을 때 퇴직금은 267여만원이라고 보고 B씨가 미지급분 197여만원을 지급하라고 결론 내렸다.
1심·2심 모두 근로감독관 의견을 받아들여 사실상 A씨 패소 판결을 내렸다. A씨 근로시간은 하루 4.1시간이 맞고, B씨는 A씨에게 제대로 지급되지 않은 퇴직금 186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 판단이 잘못됐다고 보고 A씨 근로시간을 다시 계산하라고 주문했다. A씨는 특별히 정해진 근로시간 없이 B씨가 문자 메시지로 관리 업무를 지시하거나 입주민이 방실 관리를 요구할 경우 업무에 투입됐다. 그 외는 B씨에게 제공 받은 고시원 거처에서 생활하며 개인적으로 시간을 보냈다.
대법원은 “이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원심 판결 이유처럼 A씨가 주장하는 근로시간 13시간 전부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볼 여지가 크다”면서도 “A씨가 고시원에 상주하면서 사무실 개방시간은 물론이고 그 외 휴식시간에도 B씨나 입주민이 요구에 따라 수시로 관리 업무에 투입됐음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원심은 A씨가 실질적으로 휴식을 방해받은 시간, B씨 지휘·감독 아래 대기했던 시간이 있었는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근로시간을 구체적으로 계산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