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시간 vs 13시간’ 고시원총무 근로시간… 대법서 반전

입력 2023-05-23 14:30 수정 2023-05-23 14:59
국민일보 DB

고시원에서 상주하며 출퇴근 시간 없이 수시로 일하는 총무의 근로시간은 근무의 특성을 고려해 넓게 계산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고시원 총무로 일했던 A씨가 고시원 주인을 상대로 낸 임금 소송을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동부지법에 돌려보냈다.

A씨는 2013년부터 2016년 7월까지 고시원 총무로 일하면서 70만원의 월급을 받았다.

퇴직 후 A씨는 “자신이 사실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1시까지 하루 13시간씩 일했다”며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밀린 임금과 퇴직금을 달라고 진정을 냈다.

반면 고시원 주인은 A씨는 간헐적으로 일했고 실제 근무 시간은 하루에 1시간 남짓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 A씨에게 사무실에 대기하라고 요구하지 않았고 방에서 자유롭게 쉬면서 가끔 들어오는 입주민의 민원을 해결하도록 했을 뿐이었다는 것이다.

A씨 진정에 사건을 조사한 노동청 근로감독관도 A씨의 하루 근무 시간을 4.1시간(주휴시간 포함)으로 계산해 일부 퇴직금 미지급 외에는 문제가 없다고 봤다.

이에 A씨는 고시원을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1·2심 법원 역시 A씨가 4.1시간만 일한 게 맞는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법원이 계산한 A씨의 체불 임금·퇴직금은 총 187만원이었다.

대법원은 그러나 “13시간 전부를 원고의 근로 시간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볼 여지가 크다”면서도 “휴식 시간에도 피고(고시원)나 입주민이 요구하는 경우 수시로 고시원 관리 업무에 투입되었음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업무의 성격과 방식, 평균적 투입 시간, 휴식의 방해 또는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에 있는 대기시간 유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원고(A씨)의 근로 시간을 구체적으로 산정했어야 한다”고 했다.

또 “원심은 근로감독관이 원고(A씨)가 받은 월 급여액을 시간당 최저임금으로 나누어 원고의 근로 시간으로 산정한 것을 그대로 인용,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돌려보냈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