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국경 맞댄 러 본토서 교전…러 반체제단체 “독재 끝낼 시간”

입력 2023-05-23 13:38 수정 2023-05-23 17:27
지난 1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 상공에서 러시아 미사일이 폭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러시아 서부 본토에서 교전이 발생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소행이라고 밝혔으나, 실제로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반대하는 러시아 내부 반체제단체의 소행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벨고로드주의 뱌체슬라프 글라드코프 주지사는 텔레그램을 통해 “우크라이나군의 사보타주(파괴공작) 그룹이 러시아 영토 그라이보론 지역에 침투했다”며 “러시아군과 국경수비대, 연방보안국(FSB) 보안대가 적을 제거하기 위해 필요한 조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포격으로 인해 최소 8명이 다쳤고 주거건물 3채와 행정건물이 손상됐다고 덧붙였다.

벨고로드주는 우크라이나 동북부 수미주, 하르키우주와 인접한 러시아 서부 지역으로,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중요 보급 및 지원기지 역할을 맡고 있다. 교전이 이어지자 현지 당국은 대테러작전을 선포하고 주민 대피에 착수했다.

앞서 현지 텔레그램 채널 ‘바자(Baza)’에는 우크라이나 장갑차가 러시아 국경 초소를 공격하는 영상이 게시됐다. 또한 러시아 본토로 향하는 주요 도로를 따라 3개 마을에 전투 징후가 있다고 전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이번 사건에 대해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이번 사건이 바흐무트 함락에 따른 정치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바흐무트로부터 시선을 분산시키기 위한 것임을 완벽히 이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현지 매체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군 정보국은 이번 공격을 러시아 반체제 단체 ‘러시아 자유 군단(Liberty of Russia Legion)’과 ‘러시아 의용군(RVC)’이 공격을 수행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두 단체 모두 러시아인으로 구성됐으며 이번 전쟁에서 러시아에 맞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있다. 러시아 자유 군단은 러시아 야당 인사인 일리야 포노마레프가 이끄는 우크라이나 기반의 러시아 민병대로, 푸틴 전복을 위해 러시아 내에서 활동하고 있다.

러시아 자유 군단도 이번 공격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영상 성명을 통해 “우리는 여러분과 같은 러시아인이다. 우리는 우리 아이들이 평화롭게 자라길 바란다”며 “이제는 크렘린의 독재를 끝낼 때”라고 강조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트위터에서 “이번 사건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지만, 우리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