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의장국인 인도가 파키스탄과 영토 분쟁을 겪고 있는 카슈미르에서 G20 사전 행사를 개최하자 파키스탄 우방인 중국이 행사 참석을 거부하고 나섰다.
22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올해 9월 수도 뉴델리에서 개최하는 G20 정상회의에 앞서 이날부터 사흘 동안 인도령 카슈미르 스리나가르에서 G20 국가 대표단 60여명이 참석하는 관광 실무단 회담을 연다. 1947년 인도와 파키스탄이 영국에서 독립한 이래 영유권을 둘러싼 무력 충돌이 끊이지 않았던 곳에서 국제 행사가 개최되는 것이다.
카슈미르에 있는 인도와 파키스탄의 경계선은 국경선이 아니라 실효 지배 지역의 경계선을 뜻하는 통제선이어서 분쟁이 그치지 않고 있다. 카슈미르 지역을 더 많이 영유하고 있는 건 전체의 63%를 차지하는 인도지만 거주 인구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무슬림은 파키스탄으로의 편입이나 독립을 주장하고 있다. 인도는 2019년 8월 무슬림이 다수인 잠무카슈미르 지역에 자치권을 부여한 헌법 조항을 대통령령으로 무력화하고 주 지위를 박탈했다. 이어 동부의 라다크를 분리해 인도가 직접 통치하는 두 개의 연방 직할령으로 분할했다. 인도 정부는 이러한 조치가 결과적으로 카슈미르에 평화와 번영을 가져왔음을 이번 행사를 통해 보여주려 한다고 가디언은 분석했다. 유엔 주재 인도 상임대표부는 “인도 어느 지역에서 G20 행사를 개최하든 그건 인도의 특권”이라고 주장했다.
분쟁국인 파키스탄은 강력 반발했다. 메부바 무프티 전 잠무카슈미르주 총리는 “인도 집권당이 자신들을 홍보할 목적으로 G20을 납치했다”고 비난했다. 이에 더해 파키스탄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중국도 “분쟁 지역에서 어떠한 형태든 G20 회의가 열리는 것을 확고힌 반대한다”며 불참 의사를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 튀르키예, 이집트, 인도네시아도 행사에 불참할 것으로 예상된다.
페르낭 드 바렌느 유엔 소수자 문제 특별보고관은 카슈미르 내 인권 침해와 정치적 탄압 등을 지적하며 “카슈미르 상황이 정상적이라는 허울에 G20이 지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